▶ DS 1억 연봉자 총급여 세전 7억…중기 포함 근로자는 5천61만원
▶ 중기는 ‘영업익 N%’ 성과급 언감생심…노노 갈등 해소도 숙제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돌입 목전에서 도출한 임금협상 잠정 합의는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과제를 남겼다.
영업이익의 일정 부분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식이 산업계에 확산할 계기를 마련하면서 산업간 'K자형'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장기간 임금 교섭 과정에서 누적된 노사·노노(勞勞) 갈등을 해소해 함께 나아갈 해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이하 한국시간)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가 지난 20일 서명한 잠정 합의안의 핵심은 사업성과(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한 것이다.
반도체(DS) 부문에만 돌아가는 이 성과급은 향후 10년간 상한 없이 지급된다. DS와 완제품(DX) 부문에 모두 지급되는 성과인센티브(OPI)는 기존 방식대로 연봉 대비 50%인 상한이 적용된다.
새 성과급 제도를 적용하면 DS 부문의 실적을 주도하는 메모리 사업부 직원들은 연간 사업성과 300조원 기준 특별경영성과급으로만 최대 5억5천만원을 받을 수 있다. 연봉 1억 기준 5천만원의 OPI를 더하면 연봉 외에 성과급만 6억원으로, 총급여는 세전 7억원 수준이다.
이는 우리나라 대기업 직원 연봉의 7배에 달하는 거액이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기준 상위 500대 기업 중 분석 가능한 211곳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직원 1인당 성과급을 포함한 실질 평균 연봉은 1억280만원이었다.
중소·중견기업까지 포함한 전체 근로자 평균치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극명하다. 국내 모든 사업체의 상용 근로자 1인당 임금 총액은 작년 기준 5천61만원(한국경영자총협회 분석)이었다. 삼성전자 직원이 많게는 일반 근로자 14명의 연봉을 한 번에 받게 되는 셈이다.
이미지 확대헬로 아카이브 구매하기27일까지 삼성전자 노조 임협 잠정합의안 투표
27일까지 삼성전자 노조 임협 잠정합의안 투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제는 삼성전자나 앞서 지난해 비슷한 제도를 도입한 SK하이닉스처럼 초호황에 힘입어 '영업이익 N%'를 제한 없이 성과급으로 두는 모델을 도입할 여력이 되는 소수 기업과 나머지 간의 임금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반도체를 비롯해 조선, 방산, 전력기기 등 호황을 맞은 일부 산업 외 대다수는 지속 성장을 위한 설비 및 연구개발 투자 재원을 확보하느라 영업이익에 맞춘 성과급을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성과급 개선 요구에 나설 노조 단체활동조차 여의찮은 소규모 기업에서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이 언감생심이다. 고용노동부 '2024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에 따르면 근로자 300명 이상 기업의 노조 조직률은 35.1%지만 100∼299명은 5.4%, 30∼99명은 1.3%이었다. 30명 미만 기업에서는 0.1%에 불과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삼성전자 임금협상으로 추가 성과급 요구가 확산하면서 자칫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심화할 수 있다"며 "성과급 배분 문제에서 원청 노조는 협력업체 노조에 전향적인 연대의 태도를 보이며 노동 시장의 약자들도 품는 포용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임금협상은 삼성전자 노사에 앙금을 씻어내고 건전한 노사 관계를 다시 쌓아야 한다는 숙제도 남겼다.
근본적인 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노사가 상시 소통하는 기구를 만들고, 임금·단체협상 등에서 갈등이 있다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중재 기구를 도입해 합리적 조정에 나서는 문화를 정착할 필요가 있다.
막대한 성과급 격차를 둘러싼 노노 갈등 역시 지혜롭게 풀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부문별, 사업부별로 성과를 평가하는 독립채산제 방식의 보상을 보완할 장치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메모리 사업부의 호실적 뒤에는 비메모리인 파운드리, 시스템LSI 사업부의 기여가 있었고, 과거 DS 부문이 업황 악화로 적자를 냈을 때 DX 부문이 전사 흑자를 방어한 점을 인정해 '전사 공통성과 풀'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초일류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특정 사업부의 독주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며 "부문 간 유기적 기여를 인정하는 보상 체계를 세밀하게 다듬어 이번 사태로 훼손된 '원 삼성' 정신을 회복하는 것이 경영진과 노조 모두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