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빨간 `입춘대길(立春大吉)’

2015-04-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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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규 (목사)

‘악인의 도모는 속임이니라’ 새봄을 맞아 좋은 일이 있기를 기원한다는 뜻을 가진 `입춘대길(立春大吉)’이라 쓰인 글이 편지로 배달되었다. 이 편지를 받아든 김 모 씨는 입춘대길이라는 원래의 뜻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오히려 공포를 느꼈다. 이는 빨간색으로 입춘대길이라고 써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편지를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지난 해 자신을 때려 폭행 가해자로 입건되어 이미 구치소에 있던 사십대 박 모 씨였기 때문이다. 구치소에 있던 폭행범 박 모 씨는 김 씨의 주소를 입수해 빨간색으로 입춘대길이라는 네 글자만 써서 편지로 보낸 것이다.


폭행가해자인 박 모 씨가 봄을 맞아 선의로 발송했다고는 주장하나 이는 분명 보복을 암시하는 협박성 편지라고 인정해 법원은 이를 추가 기소했고 이에 박 모 씨는 입춘을 맞이해 김 씨에게 선의의 뜻으로 발송한 편지를 오해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항소를 했다.

그러나 2심의 재판부는 박 모 씨가 주장하는 억울함의 호소를 받아들이지 않고 1심에서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보복 협박 및 개인정보호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한 것을 그대로 인정했다. 이는 입춘대길이라는 네 글자에 얽힌 박 모 씨와 김 모 씨와의 각각 다른 주장에서 비롯된 사건의 법원판결 내용이다.

우리는 종종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국어사전에 보면 새빨간 거짓말은 ‘뻔히 드러날 만큼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빨간색은 자극적이고 강렬한 색상으로 다른 색과 함께 있어도 눈에 띄게 드러나게 되어있다.

그러다 보니 검정색이 아닌 빨간색으로 쓰인 입춘대길은 받는 사람이 느꼈을 때 분명 이면에 숨겨진 뜻이 있음을 생각하게 되었을 것이고 여기에 자신을 폭행한 사람이 보냈다는 것에 분명 협박성 편지라는 것을 알고 공포를 느꼈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편지를 보낸 박 모 씨는 입춘대길이란 좋은 글귀를 왜? 빨간색으로 써서 보냈을까? 이는 자신만이 알 것이다. 아무리 좋은 뜻의 글귀라 하더라도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보낸 글귀는 받는 사람에게는 감사가 아닌 오히려 공포를 갖게 한다는 것을 알고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는 말과 글로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순수한 뜻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이나 글로 전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말과 글 뒤에 자신만의 무언가를 숨기고 전한다면 이것은 하얀색이 아니고 빨간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새빨간 거짓말이 되는 것이다. 이는 분명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어있다.

내가 하는 말이나 글이나 행동이 아무리 자신의 생각으로 옳다 여기고 이행한다고 해도 이를 받는 상대방이 다른 뜻으로 받아들인다면 선의가 아닌 이견이 되고 이것이 불의도 되며 공포도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뜻을 전할 때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여 말이나 글이나 행동으로 이행해야 할 것이고 이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상대방을 위한 배려가 포함된 이웃사랑이다.

“의인의 생각은 정직하여도 악인의 도모는 속임이니라.”(잠언 12장 5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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