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가 나를 세운다

2015-04-1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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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 (교육가)

유쾌한 기사다. 그러지 않아도 궁금하던 그녀의 소식을 알게 되었다. 클린턴과의 스캔들 이후, 한쪽만 영향을 받는 것 같아 안타까웠는데 드디어 모니카 르윈스키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2015년 TED 컨퍼런스에서 그녀의 18분 강연이 끝나자, 감동에 젖은 청중들이 기립박수를 보냈다는 소식이다.

TED는 기술. 엔터테인먼트. 디자인의 약자라고 하며, 여기에 나서는 강사들은, 꼭 한번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인물들이라고 하니, 그 모임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모니카 르윈스키는 거기서 자기가 겪었던 사이버 폭력의 문제점에 대해 강연하였다. 그녀는 악성 댓글과 소문에 시달려 여러 번 죽을 생각을 하였다고 고백하였다. 그래서 어머니가 항상 곁에서 그녀를 지켜주었다는 얘기도 하였다. 그녀는 자신을 사이버 폭력으로 파괴된 첫 희생자라고 말하였고, 망신을 주거나, 조롱하는 일이 하나의 상품이 되어버린 현 상황을 개탄하였다.


그래서 그녀는 ‘온정적인 인터넷’을 제안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미디어 종사자들이 되어야 한다고 부르짖는다. 여기에 청중이 동감하면서 기립박수를 보낸 것이다. 모니카 르윈스키는 본격적으로 ‘사회 운동가’로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그녀의 변신이 놀랍고 자랑스럽다. 실수를 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모니카 르윈스키와 가상 대화를 한다. H”다른 사람들한테서 비난을 받을 때 가장 두려웠던 것은 무엇이었나? “ M”나 자신을 잃어버릴까봐 걱정이 되었다.” H”전에는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였었나?” M”누구보다 좋은 생활을 할 수 있는 소질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H“그것이 없어졌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M”일에 대한 의욕이 없어졌다.

아무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고 생각되었다.” H”그것이 심할 때는 어떤 생각을 하였나?” M”살아 있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었다.” H”그 괴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무엇이었나?” M”어머니의 지성스럽고 변함없는 사랑이었다.” H”모니카가 되살아났다는 뜻을 다시 한 번 말한다면 어떤 것인가?” M”나는 변함없이 좋은 사람이다. 어떤 실수가 있었던 것이 내 생애를 좌우할 수 없다. 나는 얼마든지 계속 좋은 생각을 하며, 그것을 실천하며, 세상에 공헌할 수 있다는 새 힘이 솟아났다.” H”그러면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M”저처럼 사이버 폭력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돕겠다. 그들에게 나처럼 이겨낼 수 있다고 알려주겠다.”

모니카 르윈스키가 다시 태어나서 뜻있는 일을 시작한 것을 축하한다. 이런 일이 결코 쉽지 않지만, 그녀는 심한 고통을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을 안았다. 그리고 큰 소리로 외친다. “사이버 폭력을 막자. 다른 사람에게 망신을 주거나, 다른 사람을 조롱하는 일이 결코 상품이 될 수 없다”고. 세상이 발달하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새로운 고통거리가 생긴다. 이런 현상이 자연스러운가 묻고 싶다.

내 자신이 가지고 싶고, 어린이들에게 주고 싶은 것이 ‘좋은 아이디어’다. 인류사회는 좋은 아이디어로 이어왔으며, 앞으로도 좋은 아이디어로 발전할 줄 안다. 어렸을 때의 필자 생각은 이미 모든 것이 발명되어서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이 못마땅했다. 그 옛날을 현재와 비교하면 불편했던 세상이었는데.

좋은 아이디어는 열려있는 분위기에서 태어난다. 여럿이 같이 놀다가, 이야기를 하다가, 직종이 다른 사람들이 파티를 하다가, 여럿이 함께 일을 하다가, 여행을 하다가, 토론을 하다가... 새싹이 돋는다. 마음이 열리고, 머리가 여유로울 때 새싹이 돋는다.

모니카 르윈스키가 사회운동가로 일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찾은 것도, 그녀의 부드럽고 연한 사고방식에서 나왔다고 본다. 그녀가 제안한 ‘온정적 인터넷’이 세계인의 마음을 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그녀는 스스로 그녀를 다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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