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장가 프로젝트

2015-04-1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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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국(소설가)

카네기 홀의 음악가들과 라이컬즈 아일랜드 감옥의 여죄수들이 함께 하는 작업이 있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그룹이 만나 벌써 몇 년 째 진행하고 있는 ‘자장가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자신의 아이들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며 그들의 잠자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는 여인들에게 그들 자신의 언어로 노래를 만들게 하고 그것을 녹음해주는 작업이다.

살벌한 보안과정을 거쳐 감옥에 들어간 음악가들은 영어의 몸으로 묶인 엄마들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그리고는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들을 직접 써보라고 권한다. 엄마들은 이 과정을 무척 힘들어 한단다.


가사가 만들어지면 음악가들은 스튜디오에서 작곡을 하고 노래를 만들어 녹음한다. 그리고는 그것을 엄마들에게 다시 가져가 들려주고 함께 공연도 한다. 엄마들은 운다. 아이들이 그리워서도 울고 또 오래 전부터 잊고 있었던, 아니면 잃고 있었던 옛 사랑과 작은 평화와 소박하고 평범한 삶이 그리워서도 운다.

인간의 감성도 생성되고 소멸하고 또 변한다. 마음 속 깊이에 감추어 놓아서 살아오던 대로 살아가다가 일생 꽃피우지 못하고 마는 아까운 씨앗도 있을 것이다. 내가 봉사자로 함께 하는 아홉 살 꼬마는 어느 날 스케이트보드를 가지게 됐다고 기뻐했다. 누가 주었느냐고 물으니 열두 살 동네언니가 자살을 해서 물려받은 거란다. 임신을 해서 자살을 했단다.

임신을 한 이 열두 살 여인은, 아니 아이는, 그 동네에 자살을 하라고 일부러 만들어놓은 듯한 기괴한 형태의 다리로 올라가 강물에 빠져 죽었다. 그래서 스케이트보드는 동네 꼬마에게 물려지고, 죽은 아이의 오빠는 동생의 죽음을 기념한다며 아래 위 이빨 전체를 금으로 씌웠다.

죽은 아이의 엄마는 ‘슬픔 때문에’ 아들도 팽개치고 남자친구와 플로리다로 이사를 간다며 신이 나 있다. 일의 전과 후의 연관관계가 이 정도면 사건과 감정의 적절한 줄긋기가 아예 불가능하다. 그래도 아이들은 포기하면 안 되기에, 요즘은 슬픔을 가르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자장가 프로젝트’는 아이들에게는 ‘자장가’ 프로젝트지만, 어른들에게는 ‘깨어남’ 각성의 프로젝트일 것이다. 모성애도 인간애도 이제는 우리의 본능이 아니라 부단히 갈고 닦아야 하는 과제 중 하나다. 저 깊숙한 곳에서 잠자고 있는 그것들을 일깨우는 작업이 묘하게도 ‘자장가 프로젝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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