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아버님이 남기신 족적

2015-04-1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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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국 방문 시 시아버님의 장례를 치루면서 느낀 점이 많다. 내가 이번 겨울 한국에 남편과 같이 가게 된 것은 시아버님 97세, 시어머님 95세, 친정아버님 96세, 친정어머님이 91세의 고령이어서, 건강하게 계실 때 구정도 같이 지내고 시아버지, 친정아버지 생신이 일주일 간격이라 생신상도 차려 드리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서였다.

시댁에 갔더니, 시아버님 말씀이 아들, 며느리가 같이 왔을 때 천국에 갔으면 하시는 것이었다. 지난해부터 전립선암이 생겨서, 의사말로는 연로하시니 암 치료는 하지 말고, 집에서 요양하라고 하셨단다. 겉으로 뵙기는 무척 건강해 보이셨다. 시아버님은 항상 성경을 읽으시고, 성경에 관한 글과 자손들에게 보내는 말씀, 족보, 당신의 생애를 작고 또박또박한 글씨로 적어 보내시곤 하셨다.

구정도 잘 치르고, 생신상도 차려 드렸는데 대접한 미역국과 반찬은 그리 많이 드시지 못하셨다. 항상 꼿꼿하시던 분이 소파에 비스듬히 누우시곤 하시면서 계속 무엇인가 쓰고 성경도 읽으셨다. 생일 케익 커팅 후, 자손들을 위한 기도와 자신의 믿음을 끝까지 잘 지키게 해달라고 간절히 간구하는 기도를 하셨다.


친정으로 돌아온 다음날 응급실로 가셔서 밤 10시경에 운명하셨다. 같은 한국 땅에 있으면서 그 모습을 지켜보지 못한 것은 후회되나, 미국에 사는 우리 내외가 시아버님의 장례를 한국 방문중에 치르게 된 것은, 시아버님의 기도덕분이었던 것 같다. 모든 조문객들이 와서 참으로 우리 아버님이 복이 많으신 분이라는 말을 이구동성으로 하셨다. 부족한 내가 며느리 도리를 다하게 된 것이 매우 고맙고 감사했다. 모든 가족이 하나 되어 장례를 잘 치르고 삼오제까지 무사히 마치게 된 것도 감사하다.

천국에 가신 아버님, 평안히 쉬시면서 자손들을 위해 계속 기도하실 것을 믿는다. 홀로 되신 어머님이 아버님 뵈올 날을 소망하시며, 하나님의 위로 가운데 하루하루 믿음 안에서 잘 지내시기를 기도드린다.
어혜숙<주부/ 팰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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