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임금인상과 미국경제

2015-04-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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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기업 월마트를 시작으로 타겟, TJ맥스, 맥도널드 등 유통업체들의 임금 인상 조치가 연쇄적으로 실현되고 있어 미국의 저임금 비숙련 노동자들에게 새봄과 함께 찾아온 반가운 뉴스가 되고 있다.

최저임금보다 1달러 안팎을 넘는 쥐꼬리 인상이어서 종업원 개개인이 체감하는 혜택은 미미해보이지만 2008년 금융위기이래 침체하고 있는 미국경제에 파급되는 유발효과를 기대하는 낙관적 전망이 유력하다.

토마 피케티와 함께 세계진보파 경제학계의 대표인물인 폴 크루그만 교수는 얼마 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월마트의 보이는 손(Walmart’s visible hand)’ 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지금껏 비숙련 노동자들이 받고 있는 저임금이 노동시장의 수요 공급의 법칙에 따른 필연적 현상이 아니라 기업과 정치권력이 강요해온 정치적 선택(political choice)이며 이번 6년만의 임금인상은 진작 그렇게 했어야 했던 별로 어렵지 않은 결단이었다고 하였다.


그는 칼럼에서 노동시장의 운동법칙은 상품시장과는 달리 대상이 사람이어서 물질(상품)에 적용되는 법칙으로는 설명될 수 없다고 하였다. 즉 상품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결정되어 자본주의 자유경쟁사회는 ‘보이지 않는 손’ 에 의해 예정조화의 힘으로 운영된다고 하지만 노동의 가격, 즉 임금은 사회적 힘과 정치권력에 따른 ‘인간의 의지’로 선택되는 것이라 했다.

신자유주의 아래 미국 비숙련 노동자들의 처지는 비참했다. 특히 월마트 종업원들의 저임금은 유명하다. 막대한 경영이익은 대부분 경영진과 주주들에게 돌아가고 종업원들은 최저임금 수준을 받으며 푸드스탬프와 메디케이드로 연명한다고 한다.
크루그만은 저임금이 초래한 소비감축이 ‘버터의 산’ 과 ‘포도주의 호수’ 같은 과잉생산, 경기침체를 부른다고 보수파의 주장을 논박하면서 얼마 전 연방정부의 실험을 소개하였다.

연방기준을 초과한 최저임금을 채택한 주와 그렇게 하지 않은 주와의 정책결과를 비교했는데 압도적 결론은 임금을 올려준 주에서 대량실업이나 기업도산 등 부정적 효과는 거의 없거나 전혀 없었다는 것. 그는 역사적 사실도 예로 들었다. 194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사회의 빈부격차는 격심했다.

루즈벨트 정부는 최고소득과 최하소득 사이 간격을 좁히기 위해 과감한 사회복지 확충과 임금인상조치를 꾸준히 강행함으로서 대공황을 극복하고 소득차이가 사상최하로 줄어 평등사회로 향하는 이른바 ‘대압축 시대’(Great Compression) 를 열어 놨다.

물론 전쟁특수가 있었지만 전쟁이 끝나고도 전례 없는 경제성장이 마크되었고 중산층이 확산되어 미국을 세계제일의 부자나라로 만들 기반을 구축하였다. 크루그만 교수는 극심한 불평등과 추락해버린 미국 중산층의 지금의 처지가 시장의 신에 의해 강요된 운명이 아니며 이번의 임금인상이 시작은 미미하지만 미국인 대다수가 살기 원하는 사회로 향하는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라고 그 의미를 부여하였다.

이광영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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