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장 선한 것은 물과 같다’

2015-04-06 (월)
크게 작게
연창흠(논설위원)

사람은 물 없이 살 수 없다. 동식물도 그러하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만물의 생명수다. 물 없이 모든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의 성질은 다양하다. 그 속에 삶의 지혜가 있다. 교훈도 담겨 있다. 올바로 사는 방법도 이끌어 준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억지로 거슬러 오르지 않는다. 다투며 먼저 가지 않는다. 생명의 근원이지만 낮은 곳들을 적셔준다. 스스로를 낮추며 살라는 겸손의 가르침이다.


물은 어느 곳에서나 한쪽으로 기우러지지 않는다. 상하의 차만 있어서 반드시 아래로 흐른다. 수평을 유지한다. 수평은 공평이다. 치우침이 없이 공정하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이다.

물은 그릇의 모양에 맞게 담긴다. 둥근 그릇에 담으면 둥글게 변한다. 네모 그릇에 담기면 네모다. 큰 그릇에는 크게, 작은 그릇엔 작은 담긴다. 분수를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욕심 부리지 말고 자기의 처지에 맞게 생활해야 행복하다는 물이 주는 지혜다.

물은 흐르다 바위를 만나면 비껴간다. 아주 작은 구덩이도 메워주며 흐른다. 피할 땐 비껴가고 메울 땐 채워준다. 이는 그냥 지나치지 않는 완전함의 가르침이다. 한 발 물러설 줄 아는 양보의 미덕, 사소한 일을 무시하지 않는 세심함의 필요성을 알리는 물의 교훈이다.

물은 장소의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는다. 넓고 좁음도 상관없다. 깨끗하고 더러운 것마저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느 곳에서나 그 곳의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이는 잘못은 용서하고, 잘함은 칭찬하며 더불어 살아가라는 포용의 가르침이다. 남의 잘못을 허용하고 이해하여 감싸주면서 살아가라는 물의 이끌어줌이다.
물은 높은 산골짝에서 시작해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 그렇게 흐르다 서로를 더하며 냇물과 강물을 이룬다. 그러다 마침내 크고 큰, 드넓은 바다에 도달한다. 이는 서로서로 힘을 모아 살아야 하는 단결과 화합의 가르침이다. 혼자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힘을 모으면 더욱 살맛나는 세상에서 살 수 있다는 물이 주는 깨달음이다.
물은 고체, 액체, 기체로 변한다. 그래도 본질은 불변하다. 그대로 물일뿐이다. 이는 형세에 따라 막힘없이 통용될 수 있는 융통성의 가르침이다. 살다 처하는 수많은 상황에 따라 한없이 적응하면서도 본질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물이 주는 삶의 방식이다.

중국의 사상가 노자는 ‘상선약수(上善若水-가장 선한 것은 물과 같다)’’라 했다. 도덕경 8장의 물에 관한 글에서 “가장 선한 것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한다. 넉넉하게도 해준다. 하지만 다투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문다. 그러기에 도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노자는 물의 귀한 성질을 귀감으로 삼았다. 성인의 마음으로 표현 했다, 바로 수지칠선 (水之七善)이다. 머룰 때는 땅처럼 편하게, 마음은 연못처럼 깊게, 어울릴 때는 어질게, 말은 신의 있게, 다스림은 바르게, 일은 능력 있게, 움직임은 때를 맞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물의 성질을 배우고 그 덕을 본받아 실천할 때 물처럼 위대한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예나지금이나 올바른 삶은 물처럼 사는 것이란 의미다.

우리네 삶은 어떤가?
물처럼 순리대로 살아가려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그렇게 사는 게 쉽지 않은가 보다. 많은 이들이 공을 세워 자랑하려 한다. 남을 깎아내리고 그 위에 군림하려고만 한다. 그래서 다툼이 끊임없다. 한인사회의 실상은 늘 그렇다. 물처럼 사는 한인이 그만큼 드물다는 말이다.

누구에게나 삶이 있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니 앞으론 물처럼 처신하는 마음가짐으로 살아보자. 그러면 한인사회는 마음이 곱고 어진 사람들이 다툼 없이 더불어 사는 세상이 될 것이다. 이 세상에서 지극히 착한 것은 물과 같기 때문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