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600명이 한인사회를 대표한다 할 수 있는가

2015-04-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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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원 (자유기고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법치에 의거 다수결로 입법도 하고 회칙도 통과시키는 건 당연지사다. 단, 다수결로 의결을 보는 경우 정족수를 따지고 참여 인원의 비율을 결정하는 것도 하자가 없다. 그러나 해당 소속단체의 회원 수와 이에 따른 정족수의 기준과 그 비율을 책정하는 데는 그 기준이 적법한 수순을 밟은 것인가를 밝히지 않을 수 없다.

제34대 뉴욕한인회장 선거의 파행이 끝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작금 전직한인회장단 협의회에서 주도한 민승기 뉴욕한인회장 탄핵을 위한 한인청원 임시총회가 불법이냐 아니냐를 논하기 전에 과연 50만이라고 자랑하는 뉴욕한인 전체의 의견수렴이 된 총회라고 보기에는 우선 숫자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불과 639명 참석에 624 찬성투표를 놓고 98% 지지율을 운운하는 것도 논리적으로 옳다고 볼 수 없다. 단시일 내에 무서운 조직력을 과시하면서 뉴욕한인회 역사상 유례가 없는 초유의 현직 한인회장 탄핵을 주관한 전직한인회장단도 문제지만 이 적지 않은 투표자들을 동원했다는 것은 이미 사전 계획이 얼마나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었는가를 여실히 드러낸 소치이기도 하다.

물경 50만 회원 중에 결국에는 650명도 안 되는 자기 편 인원을 집결시켜서 거의 100%의 지지를 끌어낸 이번 뉴욕한인회장 탄핵 결정을 두고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고 할 수는 없다. 50만의 1%도 안 되는 인원의 기준으로 말이다.

어디까지나 법은 법이다. 그래서 제정된 법칙과 회칙은 응당 준수해야 하지만 이건 아니라고 본다. 이날 임시총회에서 드러난 게 대 뉴욕한인사회의 여론으로는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쌍방이 재력을 과시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연이어 변호사를 통해 민형사상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끊임없이 검찰과 법원에 제소하는 모습을 그냥 바라만 보는 시각도 문제이고 아무도 사태수습에 일조하는 노력이나 시도조차 없었던 현실에서 소위 전직한인회장단협의회에서 선택한 뉴욕한인회장 탄핵 조치는 일방적이고 편협한 소치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게 안타깝다.

그 동안 적어도 양측 간의 양보와 화해 그리고 차선책들을 촉구하는 일말의 시도와 노력이 있었어야 마땅한 일이고 잘 잘못을 가리기 이전에 두 당사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최선책을 찾아 현 시국수습을 해야 할 것 같다.

검찰에, 법원에 아니 비영리단체인 한인회 문제해결을 놓고 법에다가 호소해야만 하는 정서는 언제부터 생긴 건지 모두 자숙해야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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