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4월이다!

2015-04-03 (금)
크게 작게
민병임(논설위원)

춘분이 지난 지 2주가 되어가고 부활절이 내일모레로 다가왔건만 여전히 바람은 차고 경기도 회복되지 않아 봄을 느낄 수가 없다.

미국의 각종 실물 경제지표가 좋지 않은 가운데 최근 원유 가격 하락, 달러화 강세, 악천후 등의 영향으로 미국 경제나 고용 회복이 더뎌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15일 미국 저임금 노동자들은 전국적으로 대규모 임금인상 시위를 한다고 한다. 맥도널드를 비롯한 패스트푸드 매장 종업원, 월마트 등 유통업체 직원, 어린이집 교사, 시간강사들이 ‘시간당 급여 15달러 인상투쟁’ 시위를 한다.

지난 2008년 9월 15일 미국 4대 투자은행 중 하나인 리먼 브라더스가 돌연 파산신청을 했다. 2006년부터 미국의 주택값이 하락함에 따라 이 회사들이 과도하게 투자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에서 큰 손실을 보았기 때문이다.
리만 브러더스 사태가 발생한 바로 그때, 우리도 살던 집을 팔려고 내놓은 중이었다. TV를 트니 뉴스마다 소지품 박스를 들고 회사문을 나서는 리만 브라더스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저게 뭐야? 그럼 우리 집은?”
그해 9월 29일 연방하원이 구제금융안을 부결시키고 다우지수가 폭락했다. 조시부시 대통령이 ‘미국을 구하자’고 대국민 연설을 하고 양당 대선후보이던 버락 오바마와 존 매케인이 승인을 촉구하는 발표를 하는 등 전 미국이 출렁거렸다.

10월 1일 연방상원이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법안을 승인하고 3일 마침내 하원을 통과했다. 당시 구제금융안 부결, 통과 수순을 거치면서 대출이 얼어붙고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고 10월 중순에는 대부분의 미국 은행들이 지급 불능사태, 합병 사태를 불러왔다.

집을 산 사람이 은행의 모기지를 얻지 못해 몇 번이나 클로징이 연기된 다음 새주인 동생이 코사인하면서 겨우 클로징을 할 수 있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세계경제는 살얼음판을 딛고 버텨오고 있다. 6~7년 버텨오는 동안 미국의 기둥인 중산층이 무너졌고 소비가 미덕인 세상을 살던 미국인들은 저축을 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달 미국의 저축률이 2년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소비는 여전히 주춤거리고 있다. 소비지출이 줄어드니 생산이 줄어들고 이것이 다시 고용을 감소시켰고 고용의 감소는 또다시 소비의 감소를 가져오니 경제의 악순환이 계속된다.

누구보다도 리먼 브라더스 사태시 집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경제체감 온도를 확실하게 느꼈던 터라 미국의 경제회복 뉴스를 열심히 찾아보고 있다. 1929년 대공황이후 경제가 회복되는데 10년이 걸렸다더니 2008년 이후 7년이 넘어도 완전한 회복세를 느낄 수가 없다. 사실, 주위가 아무리 경제가 풀려도 내가 풀리지 않으면 체감할 수가 없다.

지난 달 9일 코트라 뉴욕무역관은 보고서에서 미국내 최저 임금인상 물결이 경기 회복 가속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도 여전히 퀸즈 노던블러바드 149가 도로변이나 뉴저지 팰팍 브로드애비뉴 도로변 곳곳에는 히스패닉 인력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백팩을 메고 잔뜩 움츠린 채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은 그들은 오늘도 페인트칠, 이삿짐업체 등의 일일 일거리를 기다리고 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