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2015-03-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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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교육가/ 수필가>

정말 우연이었다. 무심코 한국 방송을 틀고, KBS를 돌렸는데 ‘아침마당’이라는 프로그램이 흘러나온다. 96세의 김형석 교수가‘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라는 제목으로 목요특강을 하고 계시지 않는가. 아연실색한 나는 정말 저분이 지금 강의를 하시고 있는 것이 사실인가 라고 내 자신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문득 내가 이화여대 기숙사에서 학교 다닐 때 연세대학 교수로 계시는 저 분을 모셔다가 교양강의를 들었을 때가 생각났다.

그 때만 해도 50대 안팎의 젊은 교수로서 그의 낭랑하고 조곤조곤한 말씨는 우리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일품 강의였고, 우리 여대생들의 마음을 홀딱 빼앗기에 부족함이 없는 강좌였다. 그의 저서인 ‘영원과 사랑’과 ‘고독이라는 병’을 얼마나 읽고 좋아했던가.


사실 그의 작품은 사색적이고 서정적인 수필들이 대부분 이었다. 당시 지치고 힘든 우리들의 시대상을 철학적으로 풀어놓았다고나 할까. 앞으로 수필을 쓰게 된다면 나도 이런 사색적인 수필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곤 했었다.

그때의 젊은 교수는 96세의 나이든 교수가 되어 버렸다. 이제 머나 먼 길을 돌아서 내 앞에 선 교수는, 오히려 젊었을 때보다도 더 포근하고 여유 있는 강의로서 인생을 더 깊이 관조하고 생각할 수 있게 하였다.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첫째, 베풀고 나누는 삶인데 우리의 부모들, 더 나아가서는 우리의 선인들이 우리 조국을 위해서 얼마나 나누고 베풀었던가. 그들이 없었다면 우리가 이렇게 살 수도 없었을 것이고, 우리 또한 우리의 후세를 위해서 그렇게 베풀고 나누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정신적 가치를 아는 사람이 그것을 모르는 사람보다 행복하다. 예를 들어 우리는 배부른 돼지 보다 고민하는 소크라테스가 되는 것이 더 행복하다. 그렇게 되는 것이 정신적 가치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이다. 정신적 가치가 있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남에게 주는 것을 기뻐한다.

여기에서 내가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정신적 가치가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보다 학문예술의 기능면에서 50, 60, 70대로 올라 갈수록 행복지수가 높아지나, 그렇지 못한 사람은 40대까지 올라가다가 곡선이 뚝 떨어져서 40대가 넘으면 행복을 느끼는 횟수가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계란 노른자 같이 65세~75세까지가 가장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나이라고 한다는 사실이다. 정신적 가치를 아는 사람은 65~75세 까지도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놀라게 했다. 만일 내가 정신적 가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지금 내가 가장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나이가 아닌가,

셋째가 인간적 관계를 잘 누리는 사람인데 그 사람이야 말로 남을 위해 고생하는 삶이다. 즉 내가 다니는 직장을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는데, 과연 내가 몸 닮고 있는 직장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얼마나 각고의 노력과 헌신이 필요했었겠는가,,, 떠나고 나서 그의 빈자리가 크다고 느낀다면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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