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꿀벌 같은 사람’

2015-03-3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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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논설위원)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다. 한자로 사람은 인(人)자다. 두 사람이 서로 기대고 있는 모습이다. 사람은 전지전능하지 않다. 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 의지하며 살 수 밖에 없다. 서로 의지하며 그렇게 사는 것이 우리네 인생살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인생살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나 홀로족이 너무 많다. 그들은 나만 있고 남은 없다. 주지도 않고 챙기기만 한다. 마음은 없고 머리만 있다. 그저 너는 너고, 나는 나일뿐이다. 그렇다고 다 그렇지는 않다. 잘 어울려 사는 사람이 있다. 산소 같은 사람이 그렇다. 생동감을 더해 주는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한 시도 없으면 안 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렇게 삶은 다양한 사람이 공존하는 것이다. 그 것이 바로 우리네 세상살이다.


함께 더불어 사는 사람들. 그 중에는 꼭 필요한 사람이 있다. 있으나 마나한 사람도 있다. 차라리 없으면 더 좋을 것 같은 사람 역시 존재한다. 그래서 일까,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이 세상 사람을 ‘거미’, ‘개미’, ‘꿀벌’ 등에 비유했다.

먼저 거미처럼 사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일은 하지 않는다. 항상 함정만 파 놓는다. 그 함정에 남을 끌어들이고 희생시킨다. 그러면서 자기만 살아가려고 한다. 세상에 해악만 끼치는 사람이 거미 같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차라리 없는 게 낫다. 백해무익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개미처럼 사는 사람이다. 개미는 부지런하고 성실하다. 그렇지만 자기만 위해 일한다. 이기적이다. 남의 것을 빼앗진 않지만 베풀지도 않는다. 열심히 일하지만 자기만 위해 사는 사람이 개미 같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있다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없다고 아쉬울 것도 없다. 있으나 마나한 무해무덕한 사람일 뿐이다.

셋째는 꿀벌처럼 사는 사람이다. 꿀벌은 꽃가루를 묻혀주며 꽃의 번식을 돕는다. 그 꽃이 피면 꿀을 딴다. 그렇게 서로 유익은 준다. 성실하게 일해 남을 도와주고 나도 살아가는 사람. 바로 꿀벌 같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다른 사람과 협력한다. 남을 도와 줄줄도 안다. 있어서 고맙고 ,유익한 존재니 무해유익한 사람이라 하겠다.

한인들이 어울려 사는 한인사회. 이곳 역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빈둥빈둥 놀면서 한인들의 등골을 패먹는 사기꾼. 불체가족에게 생이별의 고통을 안겨주는 불법 이민브로커. 약자를 수탈하는 범죄자. 그들이 한인사회선 거미 같은 존재다. 이들이 늘어나면 불안감은 가중된다. 약육강식도 판친다. 비인간사회로 변질된다. 그러니 하루빨리 이들을 솎아내야 하는 이유다.

나만 알고 가정을 내팽개치는 사람. 한인사회엔 전혀 관심이 없는 방관자. 이웃하고 소통과 교류하지 않는 독불장군. 부유하면서도 남을 돕지 않는 구두쇠. 개미 같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나’뿐인 사람이다. 나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그러니 ‘나뿐(?) 사람’이다. 문제는 한인사회에 이런 부류가 너무나 많은 것이다.

삶에 도움이 되는 사람. 상호관계가 돈독한 사람. 언제나 곁에 두고 싶은 사람. 남의 아픔을 함께 하는 사람. 나도 남도 위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야 말로 꿀벌 같은 사람이다. 이들은 좋은 사람이다. ‘조화로운 사람’이다. 남과 조화를 이루는 참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이들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자기주장과 목소리만 높이는 사람들에 묻힐 뿐이다.

어느새 3월도 끝자락이다. 그런데 정작 한인사회의 진흙탕 싸움은 그냥 그대로다. 욕망이란 이카로스의 날개를 단 한인들. 그들의 욕심은 멈출 줄 모른다. 끊임없이 추락하고 있다. 어디까지 갈 건가? 끝이 보이지 않는다.

4월을 맞으며 가만히 한인사회를 둘러본다. ‘꿀벌 같은 사람’은 온데간데없다. 그저 ‘난사람’과 ‘든사람’의 욕망만이 설치고 있다. 참으로 살맛나는 세상이 그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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