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더 늦기 전에 결단을 바라며

2015-03-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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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우 <취재부 기자>

"민승기 회장과 김민선 후보 모두 참석하셨네요. 이제 두 분이 화해했나보죠?“
‘2015년 설 퍼레이드 및 우리설 대잔치’가 열렸던 지난 2월21일. 섭씨 영하 13도의 강추위 속에서도 아시아 최대 명절인 음력설을 축하하기 위해 한중 커뮤니티 리더와 미 주류 정치인들이 플러싱 유니온스트릿 선상에 모인 가운데 한 정치인이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이 정치인은 “이번 한인회 선거 문제로 한인사회가 시끄럽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지역 내 정치인들은 물론 타민족 리더들도 관심을 갖고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정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도 이번 뉴욕한인회장 선거 파문을 인지하고 있으며 사태추이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와 뉴욕포스트 등 미 주류 언론사들 역시 이미 이번 뉴욕한인회장선거 파행 사태에 대한 취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동안 한인사회에서만 머물렀던 우리의 민낯이 주류사회에도 공개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이들의 한결같은 반응은 순수 봉사직인 한인회장 자리를 놓고 무슨 이유로 법정 소송이 벌어지고, 뭐 때문에 현직회장에 대한 탄핵이 추진되는 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비영리단체 선거에 10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공탁금은 뭐고, 제도권 정치권 선거에서나 들어볼 만한 ‘사전 선거운동 금지’, ‘후보자격 박탈’은 또 무슨 소리인 지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결국 봉사 자리를 놓고 벌이는 선거가 아니라, 후보 개인들을 위한 감투 싸움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뉴욕한인회장 선거 파문으로 당황스러워 하기는 한인 2세들도 마찬가지다.
봉사단체를 이끌고 있는 한인 2세 A모씨는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주류 정치인들과 타인종 커뮤니티 리더들이 한인회장 선거 파문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냐고 물어보는데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며 “한인사회 리더라는 분들이 최근 보여주는 행태에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고 푸념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김민선 후보의 자격을 박탈시키며 야기된 이번 선거 파문은 민승기 회장의 탄핵 추진과 민·형사상 고소 고발이 이어지며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황이다.

특히 역대회장단협의회의 고발을 접수한 뉴욕주 검찰은 본격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져 결과에 따라서는 한인사회가 깊은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인사회 일각에서는 지금이라도 사태가 수습되지 않는다면 그간 피땀 흘려 일구어온 뉴욕한인 이민역사에 씻을 수 없는 커다란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진정으로 한인사회를 위한다면 더 늦기 전에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들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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