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작지만, 탁월하게

2015-03-26 (목)
크게 작게
김창만 <목사>

’작지만, 탁월하게.’ 스페인 카탈루냐주 외딴 해변에 숨어있는 세계적 레스토랑 엘불리(Ell Bulli)의 수석요리사 페란 아드리아(Ferran Adria)의 좌우명이다. 아드리아는 요리사, 과학자, 영양사가 어깨를 같이 하여 창의적 요리를 만들어내는 분자요리의 세계적 선구자다.

아드리아가 경영하는 레스토랑 엘불리의 저녁 식사는 오후 7시30분에 시작한다. 저녁식사는 무려 35가지의 코스가 제공된다. 밤이 조용히 내려앉고 유리알 같은 해변의 별들이 반딧불처럼 불을 밝히는 시간까지 계속된다.


마음 속 깊이 기억될만한 저녁 식사에 자리 하려고 전 세계에서 연 2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줄지어 신청한다. 하지만 엘불리 식당은 하루에 단 50명만 예약을 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루 50명의 손님을 위해 일하는 요리사는 45명이다. 한 명의 고객 당 한 명의 요리사가 배당되는 셈이다.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일 년 중 6개월은 레스토랑 문을 닫는다. 쉬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메뉴 개발을 하기 위한 멈춤이고 칩거다. 도약하기 위한 자기 절제다. 아드리아의 멈춤의 미학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2011년부터 2년 동안은 레스토랑 문을 닫았다. 새 메뉴를 만들어 내기위한 연구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레스토랑 문을 다시 열 때, 새 메뉴를 접한 세상 사람은 놀라 감동한다. 그의 음식 안에는 미학적 성찰이 깃들어 있다. 그에게 요리는 음식이 아니라 예술이다. 아드리아가 만든 음식은 매번 새롭다. 창의적이다. 미학적 감동이 묻어난다. ‘작지만, 탁월하게.’는 그의 요리 예술의 좌우명일 뿐 아니라. 삶의 철학이기도하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움켜쥐기 위한 무절제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은 현대인이 피할 수 없는 성공과 출세의 덕목이 되었다. 지금은 정보의 홍수 시대이면서, 동시에 의욕을 절제하지 못하는 시대가 된 지 오래다.

의욕적으로 많은 일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의욕보다 중요한 것은 질이다. 품격이다. 아드리아가 주목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무의미한 다수가 아닌 핵심적인 소수에 집중함으로써 훨씬 더 큰 성과를 이루어 낼 수 있다는 확신, 이것이 그의 신념이다.

보다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바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멈춤의 시간이 필요하다. 멈춤의 시간에 우리는 더 숙련하고 배운다. 자기 강화를 이룬다. 아브라함 링컨은 말했다. “나무 한 그루를 베어내는데 여섯 시간을 준다면, 나는 도끼를 가는 일에 처음 네 시간을 쓸 것이다.”

아드리아 말고도 ‘작지만, 탁월하게.’의 원리를 지켜낸 장인이 있다. 바이올린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를 만든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다. 스트라디바리는 55년의 제작기간 동안 총 1,116개의 현악기를 만들었다. 일 년에 평균 17개 정도 만든 셈이다.

2011년에 경매에 나온 ‘1721’산 스트라디바리우수는 1590만 달러에 낙찰되었다.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최고의 명기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첫째, 우수한 재료. 둘째, 섬세한 손길. 셋째, 긴 제작 과정, 넷째, 본질에 집중하는 투신의 힘이다.

보라. 스트라디바리도 바이올린 하나를 잘 만들기 위해 ‘작지만, 탁월하게.’라는 원칙을 평생 고수했다. 중요한 것은 많은 것을 움켜쥐는 데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필요 없는 것을 걸러내고 핵심만 붙잡는 이센셜리즘(Essentialism)에 있다.
당신은 리더인가. 짧은 3년의 공생애의 집중을 통하여 인류 역사의 구원을 이루신 예수처럼, 고품격의 바이올린 하나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일생을 불태웠던 스트라디바리와 아드리아처럼, ‘작지만 탁월하게, 양보다 질’에 투신하는 몰입형 리더가 되라.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