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도의 커닝쪽지와 한국의 치맛바람

2015-03-25 (수)
크게 작게
인간의 성장은 교육을 통해서 형성된다. 즉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교육이 인간을 만든다는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사람은 교육에 의해서만 사람이 될 수가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1년 앞을 내다보면 꽃씨를 심고 10년 앞을 내다보면 나무를 심고 수십년 앞을 내다보면 사람을 심으라는 말도 있다. 먼 훗날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의 ‘백년지대계((百年百年之大計)’이다.

교육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가정교육임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어릴 때 교육이 그 사람의 평생을 좌우한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자녀교육 하면 한국인 중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신사임당이다. 그는 자식들에게 아주 엄하고 자상한 어머니로서 동방의 성현 이율곡선생, 그리고 천재 여류시인 매창 등을 길러냈다. 신사임당의 교육의 비결은 무엇일까.

“사람이 태어나서 인간이 살아가는 이치와 흥망성쇠, 인간들의 역사, 또한 성현들의 가르침을 모르고 살아간다면 어찌 인간으로 살아간다 할 수 있겠는가.” 또한 “부모로서 자식을 낳아놓고 제대로 가르치기를 게을리 한다면 어찌 부모 된 도리를 다했다고 할 수 있는가.”


신사임당의 교육은 남보다 높은 자리에 앉아 부귀영화를 누리게 하려는 이기적인 것이 아니었다. 인간의 도리를 하면서 공익을 위해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이는 성 어거스틴의 어머니 모니카도 마찬가지였다. 모니카는 9년간 마니교에 빠져 방황하는 아들 어거스틴을 위해 밤낮으로 눈물어린 기도를 했다. 결국 어거스틴은 세계사에 남는 위대한 성인이 되었다. 그가 집대성한 카톨릭 교리는 후예들이 1,000년까지 이어받고 오늘에 이르렀다.

오늘날 현대어머니들의 일반적인 자녀교육은 어떤가. 명문학교에 진학하고 돈을 많이 버는 잡을 갖기 위한 길로만 가도록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 대세다.
특히 한국어머니들의 자녀교육열, 치맛바람은 세계가 알아준다. 인성은 저리가고 좋은 학교,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만 전심전력을 다하는 교육이다. 어떻게든 영어를 잘하고 스팩을 많이 쌓아 다른 아이와 차별을 두느냐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신사임당이나 모니카가 가르친 진정한 자식 사랑이나 인자함, 그리고 인내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인도에서 보여준 학부모들의 비뚤어진 교육열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시험 보는 자녀에게 커닝쪽지를 전달하려 학부모들이 빼곡이 교실 벽을 기어오르는 모습이 세계 언론과 인터넷에 공개돼 이목을 끌고 있다. 부모들이 이렇게 까지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대다수 부모들의 인식이 교사의 부족으로 제대로 교육받은 것이 없다 보니 어떻게든 고난도 시험을 통과하고 보자 식이라고 하고, 정부당국도 이를 막기 위해 총이라도 쏴야 하냐며 오히려 짜증을 낸다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이야기다. 교육의 풍토가 이 지경이라면 아이들의 미래를 더 기대할 것이 있을까. 마치 우리 한국부모들의 극성스런 자녀교육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입맛이 씁쓸하다.

아프리카의 성자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는 자녀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모두 ‘본보기’로 들었다. 부모의 본보기가 최고의 자녀교육, 즉 명문학교 입학, 좋은 성적보다 더 중요한 인성교육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인성이 진정한 실력이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자녀의 성공적인 교육은 인성교육에 있음을 한마디로 설명하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한 아이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여주영 <주필>juyoung@koreatimes.com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