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얼굴의 멋

2015-03-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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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갤러리 대표)


시인 조지훈의 1964년, ‘멋의 연구-한국적 미의식의 구조를 위하여’라는 논문에서 미를 표현하는 어휘로 ‘아름다움’ ‘고움’ ‘멋’ 등 세 가지 중 ‘아름다움’은 영어의 ‘Beauty’로 번역될 수 있고 ‘고움’은 서양의 우아함, ‘Elegance’와 같은 의미를 가질 수 있으나 ‘멋’은 타민족의 어느 어휘와도 상통이 안 되는 한국인 특유의 미의식 개념의 중심으로 되어 있어 격식을 뛰어넘는 초격미(超格美)로 ‘격에 들어가 다시 격에서 나오는 격’이라 했다.

많은 한국 여성들은 특유의 ‘멋’이나 ‘고움’ 보다 ‘아름다워짐’을 위해 얼굴의 어떤 부위 나 피부의 생김새를 위해 성형수술 작업을 한다. 즉, 남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며 남들과 차별화를 위해, 또는 타인의 ‘눈에 뜀’을 위해 눈, 입술, 콧대, 주름살, 광대뼈, 턱 등, 다양 한 수술을 한다. 한국인들만이 갖는 ‘멋’이 단지 아름다움만으로 추구되어 질 때 우리들의 원숙함, 여유로움, 감칠 맛, 단아함 등은 사라지게 되고 한 틀에 박히는 정형성(整形性) 으로 변질될 뿐이다.


흔히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대부분 연예인들의 얼굴 어느 부위에 칼을 대어 자르고 덧 부치고 긁어냈는지 알 수 없도록 집도 수술의 달인(?)의사들의 시술에 감탄(?)할 정도이다. 이들 TV의 등장인물들은 너무나 닮은꼴의 눈, 눈썹, 볼, 입술, 턱, 이마이기에 구별하기 힘든 복제형(複製型)으로 누가 누군지 혼란을 준다. 그러나 한국 성형술의 인기는 여러 아시아 국가들에 널리 알려져 한국이 성형수술여행의 행선지가 되고 있고, TV에 등장되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거의 순백색의 얼굴 화장으로 분장되어 중국 및 동남아의 여성들에게 ‘아름다움을 만드는 마력의 힘’을 과시하며 한국화장품의 인기도도 큰 인팩트를 주고 있다는 ‘즐겁지만 않은 탄성’(?)을 준다.

서울발 뉴스를 보면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병원은 한 빌딩에 한, 두개 내지 한집 건너씩 들어서 있다. 이들은 ‘바디라인’ ‘피부 에스테틱’ ‘미인 만들기’ ‘스킨 클리닉’ ‘피부소프트 터치’등으로 성형을 안 하는 이들이 바보라는 듯이 유혹하고 있다.

참 ‘멋’은 ‘내 속 마음’에서 오고 ‘아름다움’은 ‘그대로 둠’에서 오는 것이지 예리한 칼이나 끔직한 바늘 끝으로 만들어지는 일은 아닐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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