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민자 엄마

2015-03-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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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가톨릭신자/티넥>

제몫은 다하지 못하고 얼기설기 엮으며 살기도 부족함과 허점 투성이었던 엄마인 내가 아이들에게는 참으로 많은 기대와 부담을 그 가녀린 등에 지워주고는 더 씩씩하게 빨리 가라고 성화를 부렸구나.내가 익숙하지 않은 언어와 익숙하지 않아 불편한 사람들과 상황들에서 도망치고 싶었으면서 그만큼 먼발치에서 착한 아이들에게 그만큼 더 멀리서 어서 뛰어가라고 닦달을 하며 살았구나.

얘들아 미안하다.이제라도 엄마도 무모한 용기라도 내어서 너희가 갈 거리를 조금이라도 줄이거나 같이 뛰어보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눈이 거의 다 녹은 삼월의 아침에 나름 결연한 결심을 해본다.


내 분노는 늘 나의 부족함에서 왔다는 것을 회피하지 말고 인정해야지! 지난달에 수영시즌을 마감하는 수영팀 디너미팅에 처음으로 참석했던 남편이 서울에 있던 나에게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었다. 이 백인아이들 틈에서 이 녀석이 쉽진 않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는 거다.아이들이 연습하는 운동장에 반나절을 우두커니 서거나 앉아있어도 누구 하나 먼저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이는 없다. 내가 먼저 다가가거나 말을 걸어야하는 이곳에서 20년을 살았다.

아주 가끔은 이 땅에서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외로움과 이렇게 맞서서 살고 있는 거지? 하는 질문을 하곤 했었다. 그러나 늘 아침이면 이를 꽉 다물고 하루를 다시 시작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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