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고동창회와 아마추어 패션쇼

2015-03-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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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주 <음대 명예교수>

지난 3월 15일 뉴저지의 한 연회장에서 아마추어 모델 17명이 등장하는 각국 의상 패션쇼가 열렸다. 2015년도 이화여고 뉴욕동창회 가족 연례만찬의 첫 순서. 세계 17개국 의상을 입고 등장해서 각 나라 언어로 인사말을 한 아름다운 모델들은 모두 환갑을 훌쩍 넘긴 이화여고 67년 졸업생들.

여고 시절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우아한 이명신은 이란 여인으로, 유난히 수학을 잘 했던 양정인은 멋진 독일 여성, 기 대표로 늘 수고가 많은 김소희는 불란서의 나폴레옹 부인 조세핀의 모습으로, 이들 3인의 이날 만찬 행사위원장 외에도 똑똑하고 아름다운 동기들 모두 다양한 각국별 의상과 멋진 인사말, 그리고 나름 특별한 공연으로 이날 참여한 동문과 가족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나 또한 이날 개회식 때 사회자로 스페인 의상을 입고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며 분위기를 흥겹게 돋우는 특혜를 입었다.


이날 만찬에서는 특히 뉴저지에서 ‘아라베스크’를 운영하는 동기 서정화가 3,000달러에 해당하는 물품으로 경품과 사일런트 옥션을 화려하게 장식했고, 다른 친구들도 상품기증, 후원금 기부 로 한마음이 되어 더욱 행사가 빛이 났다. 남편들도 뒤에서 말없이 도와주었다. 어느 전문 패션 쇼와 만찬이 이보다 더 멋질런가? 사실 패션쇼는 패션쇼라 하기에는 좀 서투르긴 하다. 애써 모델들처럼 멋진 워킹(walking)을 시도해보지만 스텝(step)은 왜 그리 꼬이던지... 허지만 누가 뭐라 해도 최고의 패션쇼이다. 서투르긴 해도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향한 마음을 모아 올린 아름다운 무대였으니까...

‘세계를 향하여 감사함을 실천하는 이화인’ 이것이 이번 만찬의 주제였다. 130년 전 미국의 여 선교사 두 분이 온갖 험난한 역경을 딛고 이화여고를 세웠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음을 기억하며. 이제는 글로벌시대의 이화인으로서 우리가 세계를 향해 감사함을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모였기에 이 동창회 모임이 더욱 재미있고 신선하다. 수선을 떨며 쇼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시금 무르익어간 옛 친구들과의 정겨운 시간들... 나이를 먹어가는 일 조차 크게 섭섭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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