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반도 여성 평화걷기’

2015-03-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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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북한의 빈곤하고 처참한 실상이 적나라하게 노출된 사진들이 서방의 한 사진작가에 의해 공개돼 이목을 끌고 있다. 사진작가는 에릭 라포르그. 그가 지난 10일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에 공개한 38장의 사진에는 가난한 북한의 주민들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가 올해 초 북한을 방문했을 때 ‘금지된 사진’을 몰래 촬영해 자신의 메모리 카드에 저장해온 것이라고 한다.

사진에는 가난한 주민이 거리에서 나물을 뜯고 있고, 어린 아이들이 길거리에 힘없이 주저앉아 있으며, 한 남자가 바위 위에서 마치 죽은 사람처럼 쓰러져 있는 모습 등 안타까운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반면 평양의 샤핑센터 두 곳에는 오직 북한의 엘리트만 이용 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기아에 허덕이는 주민들과 3대째 핵을 무기삼아 2,500만명 주민을 담보로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북한 지도층의 상반된 실상이다. 북한정권의 부패와 반인륜적 만행은 이미 만천하에 생생하게 드러나 있는 상태다. 지구촌에 하나뿐인 분단국가 남북한의 처참한 현실은 이제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최근 전 세계 12개국 여성운동가 30명도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며 오는 5월 24일 비무장지대(DMZ)를 지나 북한에서 남한으로 건너오는 도보횡단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한반도 여성 평화걷기’로 명명된 이 행사에는 두 명의 노벨평화상 수상자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11일 유엔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걸어서 DMZ를 횡단하길 희망한다며 남북한 당국과 비무장지대를 지키는 유엔군사령부에 승인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통일을 염원하며 남한과 북한을 가로막고 있는 DMZ를 걸어서 넘고 싶다는 것이 이들의 간절한 희망이다.

지구상에 분단된 나라는 오직 한반도 밖에 없는 상태에서 한반도 평화는 이제 세계의 관심사로 점점 무르익어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남북한을 가르는 철의 장막이 허물어지면서 한반도에 평화정착이 이루어지는 날이 조만간 오지 않을까.
동족끼리 서로 총을 겨누며 대치하고 지낸지 올해로 어언 70년, 한민족 모두가 이 긴 세월동안 겪어낸 피나는 고통과 심적 괴로움은 대체 얼마였던가. 상처투성이로 평생을 가슴아파하며 살고 있는 우리 민족의 아픔과 피비린내 나는 분단의 역사는 이제 멈춰져야 한다. 북한은 한민족의 숙원인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남한과 머리를 맞대야 할 때가 되었다.

다른 나라 민족도 모두 나서서 한반도 평화를 갈구하고 남북한 민족의 화해와 공존을 희구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 같은 민족이 아직도 손가락질을 하면서 서로를 비난하고 있다면 이는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인가. 분단의 고리를 끊어내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함은 남북한이 하루 속히 화해와 협력으로 해결해야 할 우리 민족의 과제이다.

두 강대국의 전리품으로 점령당함으로써 땅덩어리가 두 동강이 나 8.15해방이 여전히 미완의 해방으로 남게 된 한반도. 언제까지 남북한만 지구상에 분단된 민족으로 남아 있어야 할 것인가. 이는 민족사적으로 한없이 어리석고 슬픈 역사이자, 세계사적으로도 더 없이 부끄러운 역사이다.

세월은 무상하게 흐르지 않는다. 서서히 역사를 변화시키며 유상하게 흐른다. 이제 한반도의 피맺힌 원한도 풀릴 때가 되었다. 북한은 시대적으로나 전세계의 움직임이 분단의 역사를 하루속히 끊어낼 것을 촉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결국 자멸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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