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닮은꼴’

2015-03-1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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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논설위원)

이제 계절이 옷을 바꿔 입었다. 기온이 올랐다. 눈도 녹았다. 피부에 따스함이 스며든다. 겨우내 움츠렸던 골퍼들이 설렘의 기지개를 켠다. 바야흐로 골프의 계절이 왔다.

우리의 삶과 골프는 닮은꼴이다. 닮아도 너무 닮았다. 그래서 골프는 삶의 축소판이다. 삶은 항상 순탄하지 않다. 희로애락이 있다. 온갖 우여곡절도 겪는다. 골프 역시 그렇다. 18홀 동안 공은 제 멋대로 날아다닌다. 수많은 장애물도 만난다. 벙커를 빠져나오면 워터해저드가 입을 벌리고 있다. 워터해저드를 탈출하다 또 다시 물에 퐁당하기 일쑤다. 투 온 3퍼팅으로 버디가 보기 된다. 희비가 교차한다. 굴곡 많은 우리의 삶과 다를 바 없다.


연속적인 위기에 객기를 부려선 안 된다. 지레 겁을 먹어도 곤란하다. 자제와 과감한 용기가 필요하다.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 결과는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우리네 삶이 스스로 결정하고 남 탓하지 말아야 하는 것과 참으로 닮았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과욕은 금물이다. 골프도 절대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한다. 만용을 부리면 그르치기 십상이다. 상대방이 통쾌한 드라이버 샷을 날렸다고 과욕을 부려선 안 된다. 그러다간 OB만 날 뿐이다. 자신의 수준에 맞는 플레이가 무난하다. 그래야 좋은 스코어도 얻을 수 있다. 자신의 실력을 인정해야 한다. 보기 수준이 싱글 흉내부리다간 낭패 보기마련이다. 분수도 모르고 명품사치로 패가망신하는 이들과 매 한가지다. 뱁새가 황새 쫓아가단 가랑이 찢어질 뿐이다. 그 역시 우리네 삶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다.

살다보면 누구나 크고 작은 실수를 한다. 골프 역시 그렇다. 최선을 다해도 실수는 따른다. 그렇다고 실망해선 안 된다. 화도 내지 말아야 한다. 잘 참고 다시 딛고 나가야 한다.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 그래야 삶이 아름답고 골프는 즐거운 법이다.

우리가 살면서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 골프약속이야말로 그 사람의 인격이다. 본인이 사망한 경우 외에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만큼 어떠한 경우에도 지켜야 하는 것이 바로 골프 약속인 것이다.

올바로 사는 사람은 예의범절이 몸에 배어 있다. 골프는 신사스포츠다. 에티켓과 매너가 중요하다. 동반자에 대한 예의와 배려를 중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매너는 불쾌감을 주지 않는 행위다. 스코어를 속인다. 습관적으로 반칙한다. 그러면 바로 실격이다. 범죄를 저지른다. 악의의 거짓말을 한다. 그러면 사회에서 추방되는 것과 닮은꼴이다.

삶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골프는 심판 없는 경기다. 양심과 자율이 기본이다. 그러니 골프도 자기 자신과 양심의 싸움이다. 그래서 삶과 골프는 도의 길을 걷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삶은 지나온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 맘에 안 든다고 다시 살 수 없다. 그 때부터라도 더욱 잘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 골프도 유(U)턴이 안 된다. 1번 홀이 끝나면 2번 홀로 가야 한다. 성적이 좋지 않다고 이미 지나온 홀을 다시 돌아갈 수 없다. 나머지 홀을 더 열심히 칠 수 밖에 없다. 삶과 골프가 닮은 이유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중간에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인생역정은 변화무쌍하다. 중도하차가 아닌 끊임없는 도전을 해야 한다. 인간은 죽은 후에나 어떻게 살았느냐는 평가가 내려지기 때문이다. 골프도 18홀을 다 돌고 장갑을 벗어봐야 승패를 예측할 수 있다. 그만큼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

초반이 엉망이라고 중도에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한 타 한 타, 매 순간 정성을 기울이여 한다. 그러다 보면 기쁨도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삶과 골프는 닮은꼴이다.

골프는 누가 대신 쳐주지 않는다. 자기 스스로 치는 것이다. 물론, 책임도 자기 몫이다. 삶도 마찬가지다. 남의 대신 살아 주지 않는다. 책임도 져주지 않는다.
한인사회가 선거 파행으로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그 역시 당사자들이 자초한 일이다. 그러니 그들도 남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어떡하든 책임져야 하는 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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