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렌트, 폐점

2015-03-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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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경제팀 차장)

뉴욕시 정치인들과 한인 스몰 비즈니스 업주들이 만나는 자리에서는 매번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티켓과 벌금 부과다. 그들은 위반 티켓으로 인해 소상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시정부와 소상인들 간의 다리가 되겠다고들 한다.

올 초 로컬 미디어 ‘빌리저(Villager)’는 소상인들을 죽이는 것은 티켓이 아니라 천정부지로 치솟는 렌트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은 랜드로드들의 횡포 등 부동산으로 인한 소상인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눈을 감으면서 관심의 방향을 티켓과 벌금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정치 자금은 거대 부동산 업체와 랜드로드들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이것이 뉴욕소상인총연합회 등 관련 단체들이 상가렌트 안정법안을 수년간 추진하고 있음에도 정작 의회에서는 진행상황이 지지부진한 원인이다. 상가렌트 안정법안에 대한 상당수의 정치인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실제로 코리 존슨 시의원은 빌리저와의 인터뷰에서 “실제 상용렌트를 컨트롤한다는 것은 시의회의 권한 밖”이라고 못 박으며 “리스 재계약을 두고 랜드로드와 테넌트를 중재하는 매커니즘을 찾는다는 것은 상인들에게 위로가 될 뿐이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성수 뉴욕소상인총연합회장의 “법이 제정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어떻게 스몰 비즈니스 폐업을 중단시킬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단정할 수 있나?”라는 반박은 그들에게 있어서는 그저 소리 없는 아우성에 불과할 수도 있다.

지난해 봄 리스 재계약에 실패해 문을 닫는 한인 업소들의 사정이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세탁과 청과, 수산, 네일, 델리 등은 한인들이 다수 종사해 온 대표적인 업종들이다. 이들 업종 관계자들로부터 가장 자주 듣는 소식 중 하나가 폐점이 돼버렸다. 한 네일 업주는 “렌트를 30%만 올려도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하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재계약시 인상률이 50% 이상인 추세여서 언제까지 장사를 계속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스몰 비즈니스를 살리기 위한 포럼이 저드슨 메모리얼 처치에서 열렸다. 내달에는 퀸즈에서 이를 두고 주민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상가렌트 안정법 제정을 위한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고 공청회도 이어질 예정이다. 삶의 터전을 지키는 것은 오롯이 테넌트들의 몫이 돼버렸다. 발품을 팔고 목소리를 키워서라도 터전을 지키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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