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봄은 왔건만…’

2015-03-09 (월)
크게 작게
연창흠(논설위원)

3월, 봄은 왔건만 봄 같지 않다. 그토록 기다리던 봄은 왔는데 한인사회는 뒤숭숭하다. 한인회장 선거 파행으로 꽁꽁 얼어붙었다. 꽃피고 새들이 지저귀는 진정한 봄이 그리울 뿐이다.

3월은 경칩과 춘분이 들어 있는 달이다.경칩은 흙속에 숨어 있던 벌레가 밖으로 나오는 날이다. 벌레만 깨어나는 것은 아니다. 겨울잠을 자는 양서류, 파충류, 포유류 등도 마찬가지다. 경칩에 개구리는 울기 시작한다. 벌레를 잡는 새의 움직임은 활발해 진다. 습기를 머금은 흙속에서는 씨앗이 싹을 틔운다.


춘분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이다. 그야말로 봄의 한 가운데라 할만하다. 우리가 느끼고 말하고 상상하는 정말 봄이 바로 춘분이다. 경칩(6일)은 지났고 춘분(21일)은 며칠 후로 다가왔다. 그래서 3월은 봄이다. 봄이 온 것이다.
바야흐로 봄이다.

봄의 한자어는 춘(春)이다. 春자의 위 부분은 흙속에서 싹이 자라나는 형태이다. 아래 부분은 따뜻하게 대지를 감싸는 햇빛을 나타내고 있다. 만물의 부활과 시작의 의미를 지닌 글자다. 그래서 봄은 ‘만물이 다시 시작하는 계절’이다. ‘초목의 싹이 자라나는 계절’이란 말이다. 영어로 봄은 Spring이다. ‘갑자기 움직인다, 물이 솟아나오다’ 등의 뜻이다. 만물이 겨울의 깊은 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다는 의미인 게다.

봄, 봄이 왔다. 겨우내 움츠러든 마음이 풀린다. 새롭게 계절의 조화가 펼쳐진다. 벌레들이 꿈틀거린다. 새싹은 솟아오른다. 시냇물도 졸졸 흐른다. 만물이 깨어나고 있다. 계절의 여왕인 봄이 기지개를 서서히 펴고 있는 것이다.

봄의 가장 큰 기쁨은 생명이다. 생명이 무엇인가를 자연을 통해 가르쳐준다. 자연 속 생명이 겨울을 지내고 봄에 탄생하기 때문이다. 어제의 겨울과 오늘의 봄은 한 선상에 있다. 겨울이 지나야 봄을 맞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봄은 생동감의 계절이다. 움직이는 것들은 모두 기지개를 편다. 농부들이 일터로 나선다. 스포츠 시즌도 시작된다. 시인들은 새로운 시작과 생명을 찬미한다. 많은 것이 바뀌는 전환의 계절이다. 전환은 끊임없이 흐르는 물줄기처럼 앞으로 나간다. 만물에게는 소생하는 활력소와 같은 것이다.

한인사회를 둘러본다. 정말 봄은 온 것일까? 아니라면 봄이 올 것인가?
봄은 분명히 왔건만,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그 어느 때보다 격랑을 겪고 있으니 봄이 와도 봄을 느끼지 못함은 당연하다. 올해는 유독 궂은 봄이다.

뉴욕한인회장 선거가 법정소송과 조작의혹, 비방과 폭로전 등으로 지루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대립과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진흙탕 싸움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추락할 뿐이다. 그런 형국을 바라보는 마음이 스산하기 짝이 없다. 양보 없는 한인사회에 봄꽃이 활짝 피는 그런 날이 올 수는 있을지 그저 답답할 뿐이다.

3월 봄이다. 하지만, 한인사회는 선거 파행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뒤죽박죽이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부정이 긍정으로, 갈등이 화해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니 한인회장 선거의 관계자들은 무언가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반드시 바르게 해야 한다. 인생은 한 번 온 길을 다시 걷지 못하는 길이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바르게 가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살다보면 다시 시작할 기회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그 것이 자연의 섭리다. 그처럼 우리도 꼭 바르게 가보자. 그러다보면 언제가 한인사회에도 꽃피고 새들이 지저귀는 평화로운 봄이 오지 않겠는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