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혼란은 통해 성숙한 삶의 지혜

2015-03-07 (토)
크게 작게
강화인 <대학강사>

This land is your land, this land is my land, from California to the New York island… 우리가 중. 고등학교를 다닐 때 영어노래를 기타 치며 부르는 것이 유행이자 아주 쿨해 보이는 취미생활이었다.

몇 년 전 NJPAC에 Peter, Paul and Mary의 공연이 있어서 옛 생각을 하며 친구들과 보러갔다. 아직까지도 그들이 달콤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고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그들은 마지막 노래로 청중들과 함께 부르는 This land is your land, this land is my land... 를 택했다.


아주 잘 아는 노래라서 즐겁게 싱어롱 할 것 같았는데 의외로 노래를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이상하게 눈물이 핑 돌았다. 가사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의미 없이 부르던 옛날과 달리 갑자기 정말 이거 내 나라 맞아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거의 한국에서 살던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그것도 식구까지 만들어가며 살아온 곳인데 my land라는 말이 안 나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사할린에서 길고 긴 시간 고국을 그리며 지내던 한인들이 한국으로 마침내 올 수 있었다. 꿈에 그리면서 고향땅을 밟았건만 그들이 비로소 깨달은 것은 식구들과 함께한 그곳이 고향이지 태어난 곳이 고향이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인정. 그도 그럴 것이 여기서 한참 살다가 부모님을 뵈러 한국에 가면 길게 있어야 두 주일. 그 시간이 지나면 뭔가 모르게 집에 가야지 하는 생각에 더 이상 별로 즐겁지 않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나도 사할린의 한인처럼 여기가 이젠 고향이 된 것이나 다름없는데 왜 노래는 못하겠는 것이었을까? 횡설수설을 하는 것 같지만 사실 이런 종잡지 못하는 마음이 바로 1.5세 미주 한인들이다.

그런데 2세들도 딱히 태도가 다르지는 않았다. 올림픽에 미주한인이 성조기를 달고 미국팀으로 나오니까 자기들끼리 그 선수가 미국팀으로 나와야 하는가, 아니면 한국국기를 달고 나와야 하느냐 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진다. 결국 협상의 끝은 단체로 나오면 할 수 없이 미국팀, 개인으로 나오면 한국국기를 달겠다 이었다.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리가 한민족인 것은 어디에 살고 있든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살고 있는 곳 역시 우리에게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면서 삶의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냥도 잘 할 수 있었던 것들을 우리는 정말 많은 노력을 하면서 새 땅에 적응해야 했고 그만큼 애써서 만들어 온 것이기에 쉽게 포기하지도 않는다.

같이 여행하던 중 일본에서 나아서 자란 조카가 엄마인 언니에게 질문했다. “엄마 나는 한국 사람이에요, 일본사람이에요?” 언니는 교과서 같은 사람이라 교과서 같은 대답을 했다. “넌 한국 사람이야, 그러니 조국을 위해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언니와 나는 그때부터 실랑이가 벌어졌다. 나의 포인트는 왜 애를 힘들게 하느냐이다. 그렇게 가르치려면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지 왜 딴 데 가서 애 키우면서 사람 헷갈리게 만들고 무슨 수로 조국을 위해 일을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딱히 집어서 가르쳐주지도 않으면서 어지럽게 만드냐는 것.

한국에 나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똑똑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판인데 답답해도 좀 자제하고 참는 미덕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더 많은 마당이라 나는 가뜩이나 외국에서 적응하며 살기도 벅찬데 시끄럽게 나서서 애국자까지 되라고 절대로 가르치지 않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어느 곳에 있든지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주위에 덕이 되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그 아이가 미국에서 자란 한국인이라고 알게 될 것이고 그 아이는 주위에 있는 이웃과 함께 서로의 다른 배경을 이야기하면서 즐겁고 폭 넓은 대화를 나누지 않겠는가.

내가 한민족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그 사실에 얽매어 일제 강점기도 아닌 이 시점에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국가가 한국이 아니고 미국인 마당에 무엇이 애국애족인지 다시 꼼꼼 살펴보고 아이들이 정말 즐겁게 이룰 수 있는 꿈을 인정하고 격려해주는 부모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