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심심풀이 땅콩

2015-03-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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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2월 26일 대한민국의 헌법재판소는 ‘형법 241조(간통)는 헌법에 위헌된다’고 결정하였다. 한국의 간통죄 폐지로 인해 찬반양론이 뜨겁다. 반대론자들은 성 문화가 더욱 문란해질 것이다, 모텔과 여관 등의 숙박업이 활성화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낸다. 찬성론자들은 이미 모텔과 여관업은 전국 방방곡곡에 성황 중이다, 혼인 계약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이 더 필요한 때라고 주장한다.

70년~80년대 한국에서는 간통죄로 수감되는 유명연예인들 이야기가 최고 가십거리였고 때로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당시의 최고미인 영화배우 정윤희가 간통죄로 고소된 일은 온 나라를 발칵 뒤집었고 가정을 파괴했다고 욕하는 사람들의 전화가 경찰서의 업무를 마비시킬 정도였다고 한다.

84년 여름, 새벽 3시, 정윤희가 사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남자의 부인과 처가 식구들이 경찰과 들이닥쳐 두 사람은 체포되고 유치장에 수감되었다. 그날, 연예담당 기자가 유치장으로 취재를 갔다 오자 미혼의 여기자들이 다들 몰려가서 “거기 있어도 그렇게 예뻐?”, “어떡하고 있어? 무슨 옷을 입었는데...”하고 끝없는 호기심을 드러냈다. 정작 취재기자는 무덤덤하게 “보통 사람하고 똑같대요.”하고 맥빠지는 답을 했다.


구겨진 푸른색 체크무늬 원피스에 헝클어진 단발머리, 손수건으로 입을 막고 고개를 숙인 초췌한 얼굴, 창살 안에 갇힌 모습, 그 어디 한군데도 육감적이고 뇌쇄적인 배우의 모습은 없었던 것.

한국에서 간통죄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역사가 깊다. 고조선의 팔조법금(八條法禁)에서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보는 것이 통설이다. 역사적으로 간통에 대한 처벌 규정은 내용에 다소 변화가 있으나 계속 존속하여 왔다.

1905년 4월20일 대한제국 법률 제3호로 공포된 형법대전은 제265조에서 간통한 유부녀와 상간자를 6월이상 2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1912년 4월 1일부터 시행된 조선형사령에 따라 의용한 일본 구 형법에서도 간통한 유부녀와 상간자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였다. 일제시대에는 간통죄는 여성에게만 적용되었으나 1953년 대한민국 형법 제정 당시 국회는 남녀쌍벌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에는 대다수 주가 간통의 책임을 묻지 않으며 일부 처벌 규정을 둔 주 역시 실제로 처벌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배우자의 외도가 원인이 되어 이혼을 할 시 법정의 판사는 상대방의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감안하여 바람피운 자가 재산이 많다면 고통 받은 배우자에게 위자료, 자녀 양육비 등을 엄청 받게 해주어 책임을 지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 예로 골프의 황제 타이거 우즈가 있다. 심각한 바람기 때문에 전세계적인 망신을 산 그는 2010년 이혼했고 약 1억 달러 위자료를 받은 우즈의 전 아내 엘린 노드레그렌은 가족이 살던 1,200만 달러짜리 플로리다 저택을 새집을 짓는다고 왕창 때려 부순다.

요즘, 한국 TV 드라마에 나오는 신종 직업이 사설심부름센터와 탐정업체다. 수사기관의 힘을 더 이상 빌릴 수 없으니 사설 심부름센터나 탐정업체에 의뢰하여 물증을 잡으려 한다고 한다. 요즘 뉴욕한인사회에는 회유, 협박, 조작, 함정, 배신, 형사고발, 허락 없는 동영상 촬영 및 녹음 자료 사적 유출, 불법행위, 사기 등등 한판 법정드라마가 나올 만큼 온갖 혼탁하고 어지러운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래도 불륜은 제 삼자에게는 가십거리용으로 스트레스 해소에 그만한 게 없고 서로 사랑해서 그랬다는 변명은 실소를 자아낼망정 애교라도 있다. 안 그래도 이민살이가 힘든데 같은 동포끼리 물고 뜯는 싸움을 언제까지 지켜보아야 하는지, 차라리 남의 불륜-심심풀이 땅콩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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