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돈이 뭐 길래

2015-03-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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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요즘 세상에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돈만 있으면 안 되는 것이 없는 세상이다. 예전엔 있는 자나 없는 자나 삶의 양상이 모두 먹고 입는 것 차이 외에는 대체로 비슷했다. 그러나 지금은 확연히 달라졌다.

물질문명의 풍요 속에서 돈만 있으면 호화주택, 고급 자동차, 명품의상, 가방, 값비싼 보석 등을 마음대로 가질 수 있을 뿐 아니라, 남들이 쉽게 못하는 지구촌 구석구석을 마음대로 여행할 수 있고 좋은 곳에 별장도 갖고 신명나게 삶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갖기 위해 기를 쓴다. 젊은이들이 일류대학에 들어가려고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것도 결국 출세하기 위해서다. 출세의 기준은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느냐로 돈이면 다 된다는 황금만능주의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얼마 전 한국의 통계청이 15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직업선택의 이유를 조사한 결과 38.3%가 ‘돈(수입)을 벌기 위해서’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는 10여 년 전 외환위기 때보다도 2배나 높은 비율이라는 것이다.

외국기관의 조사에서도 한국인의 황금만능주의는 유별나게 드러났다. 영국의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기관인 ‘입소스’가 23개국 2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당신은 돈을 인생에서 최고의 성공증표로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그 결과 “그렇다”고 말한 응답자의 비율은 캐나다 27%, 스웨덴 28%, 네덜란드 29%, 프랑스 32%, 미국 33%로 나타났다.

반면에 한국과 중국은 각각 69%, 인도는 67%, 일본은 63%로 나타나 동양인들이 서양인들보다 돈에 더 악착스러운 것으로 드러났다. 서양인들은 돈을 생활의 ‘수단’으로 보고 있는데 반해 동양인들은 ‘목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돈의 가치를 놓고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돈을 목적으로 생각하고 사는 사람은 대체로 행복이 무엇인지 모르고 삶을 불행하게 마감한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이따금 로토라도 맞아 왕창 큰돈을 거머쥐겠다고 대박을 꿈꾼다. 그러나 그 큰돈을 쥐었다고 행복도 과연 따라올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까지 사례를 보면 대개가 행복하기 보다는 모두가 불행했다. 로토 당첨자 중 상당수가 가정이 깨지고 술, 마약, 도박 등에 빠져 오히려 삶의 질이 더 피폐해졌다. 언제인가 페이스북에 그림을 그려서 그 대가로 받은 주식이 뛰어올라 갑자기 억만장자가 된 한인화가 데이빗 최씨가 한 말이 있다. “큰돈은 얻었지만 나의 소중한 사생활을 잃어버렸다. 내 삶을 돌려 달라”였다.

거금은 아니라도 돈 때문에 불행해지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종종 본다. 최근 한국에서도 사업에 실패했다고 아내와 자식들을 살해한 가장이 있는 가하면, 재산 때문에 형님부부를 총격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또 보험금을 타기 위해 가족에게 농약을 음식에 타 서서히 죽게 만든 사건도 일어났다. 대체 돈이 뭐 길래...

사람들은 빈곤할 때 오히려 더 행복감을 느꼈고 가족 간의 우애와 친구간의 의리도 챙겼다. 세계 최빈곤 국가인 방글라데시 국민의 행복지수가 세계 최고라는 사실은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지금은 소득이 예전보다 몇 배나 올라갔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더 많이 가지려는 탐욕으로 가득 차 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갑부들은 돈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나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의 대표 제프 베조스 같은 거부들은 번 돈 중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면서 진정한 삶의 기쁨과 보람을 얻는다. 돈을 돌게 마련이다. 어떻게 버느냐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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