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는 누구인가

2015-02-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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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3월 8일 뉴욕한인회장 선거를 앞두고 한인사회의 분란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대다수 한인들의 마음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세계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인 뉴욕시에 1665년 첫 시장이 취임한 이래 현재 빌 더블라지오가 109대 뉴욕시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뉴욕시의 공공시설에 이름을 남긴 시장 중에 대표적인 세 명이 있다. 밴윅 익스프레스 웨이의 이름을 남긴 로버트 앤더슨 밴윅(1898-1901) 뉴욕시장은 현 5개보로 통합 첫 시장이면서 맨하탄 지하철의 기반을 다졌다.


라과디아 공항으로 이름이 남은 피오렐로 라과디아(1934-1945) 뉴욕시장은 1929년 시작된 대공황의 혼란에도 뉴욕시 경제를 든든하게 만들었다. 판사 시절 배가 고파 빵을 훔친 노인에게 벌금형을 내리고 벌금이상의 돈을 방청석에서 기부 받아 노인에게 건네준 일화는 그가 정치를 잘했을 뿐 아니라 얼마나 따스한 인간애를 지녔는 지 알려준다.

퀸즈보로 브릿지는 에드워드 카치의 이름을 땄는데 에드워드 카치(1978-1989)는 한인들이 대거 이민해 오던 시기에 재정정책과 예산감축으로 뉴욕시를 살려냈다고 평해진다.

현재의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취임 전에 ‘시정부 인수인계를 이야기 하자(Talking Transition)’며 맨하탄 소호에 텐트를 치고 장기간 시민의 의견을 수렴했었다. 뉴욕시 외곽으로는 매일 세 대의 트럭이 돌면서 시민들의 설문조사를 해 앞으로의 시정활동에 참고로 삼았다.

우리의 뉴욕한인회장들은 어떤 노력을 했고 무엇을 남겼을까.
역대 한인회장 중에는 본국 수해 및 가뭄 성금 모금, 88올림픽 홍보, 한흑화합을 위한 9.18평화대회, 투표권 행사 및 주류사회와의 유대관계에 앞장서 온 이들이 있다.

하지만 1976년 내분으로 인해 김정희 회장, 김재현 회장으로 두 개의 한인회가 탄생되는 이변이 생겼었고 1980년에 들어서 분열되었던 한인회가 규합에 성공하면서 경선을 치러 박지원 회장을 선출, 제16대 한인회가 출범된 일이 있다. 1994년에는 한인회 선거의 법정 분규가 일어나 1995년 주명룡 회장의 조기 사퇴와 조기 선거로 제23대 한인회가 마감한 일들은 모두 한인회의 역사가 되었다.
뚜렷한 실적 없이 임기만 채우고 나온 회장 중에 도덕적 인품이 뛰어났거나 1.5세와 2세의 멘토가 되는 이는 과연 누구일까.

50만 한인을 이끌어갈 지도자는 무엇보다도 뉴욕한인사회의 가치를 가슴에 새기고 포용과 화합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자기 입장만 되풀이 하거나 다른 이를 비방하면서 한인들의 대표가 되려 해서는 안된다.

무릇 한 사회나 단체의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깊은 밤, 조용한 시간에 자신과 깊은 대화를 나눠보자. 곁에 있는 추종자들을 멀리 하고 오로지 혼자가 되어 마음속 깊이 들여다보며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리더가 되려하는 가‘를 자문해 보기 바란다.

꼭 그 자리에 앉아야겠다면 차후 자신의 이름이 뉴욕한인밀집 지역에 기념비로 남고 공공건물에 이름을 남길 업적을 이룰 능력과 자신이 있는 지를 물어보아야 한다. 자신의 욕망이나 포부 이전에 물심양면으로 한인사회 성장에 발판이 될 준비가 되어있는 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뉴욕한인들도 그렇다. 후보와 후보측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친하다고 하여 별 생각 없이, 누가 되어도 마찬가지라며 아무런 감정 없이, 신성한 한 표를 던져서는 안된다. 서로 비방하는 소리에 동요하지 말고 흑색선전에 흔들리지 말고 오로지 내가 생각하고 내가 판단한 대로 결정해야 한다. 서로 인정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한인회장 경선은 축제 한마당이 될 것이고 한인사회의 빛나는 미래를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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