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황룡유회(亢龍有悔

2015-02-1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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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논설위원)

삶이란 얽히고설키는 것이다. 그러니 행복과 불행을 오간다. 부와 가난의 언덕을 오르내리기도 한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기 때문이다. 달도 차면 기울듯이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나아갈 줄만 알고 물러설 줄은 모른다. 존재하는 것만 알고 망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얻는 것만 알지 잃는 것은 잊고 산다. 그저 끝없이 올라가려고만 할뿐이다. 정상에 오르면 내려갈 일만 남았는데도 말이다.


사람들은 성공하고자 뜻을 세운다. 그 뜻을 이루고자 힘을 쏟는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삶의 자세다. 누구나 성공하면 자기를 내세우고 싶어 한다. 권세도 누리고 싶어 한다. 잘난 멋을 뽐내고 싶은 것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본성이니 어쩌겠는가.
그래서 성공 후 처세가 중요하다. 그 처세에 따라 울고 웃을 수 있다는 얘기다.

흔히 정상에 오르기보다는 지키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힘들어도 노력하면 최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최고란 자리는 욕심에 한계를 두지 어렵다. 그러니 올라서도 떨어지기 쉬운 법이다.

‘황룡유회(亢龍有悔)’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어 내려갈 길밖에 없음을 후회한다는 뜻이다. 재산이 많고 지위가 높을 때 더욱 조심하고 삼가라는 의미다. 또한 욕심에 한계를 두지 못하면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이는 우리에게 지위가 높을수록 겸손을 잃지 말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스스로의 분수를 제대로 알 것도 강조한다. 그렇게 사는 것이 몸과 마음의 건강에 이롭기 때문이란다. 사업을 도모할 때 적당한 선에서 만족하라는 교훈을 던진다. 무작정 욕심만 부리고 밀고 나가지 말란다. 그러지 않으면 오히려 일을 그르치게 된다는 깨우침을 주고 있는 것이다.

한인사회에도 절정에 올라 후회하기 십상인 한인들이 제법 많이 있다. 자신의 그릇크기와 무관하게 분수에 넘치는 자리를 맡은 사람. 스스로 주체하지 못하는 지위에서 교만과 욕심을 부리는 사람. 자기만 알고 상대방을 존중하거나 존경할 줄 모르는 사람. 월권을 일삼는 전직회장 등등. 이들은 지위가 높을수록 겸손을 잃지 말 것을 명심해야 할 사람들이다. 그렇지 않고 지나치게 교만 하는 것을 경계하지 않으면 언제든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가슴속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어디 그들뿐이겠는가? 출세 좀 했다고 인간성이 변한 사람. 성공했다고 건방을 떠는 사람. 돈을 많이 벌었다고 남을 무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높이 올라갔다고 분수도 모른 채 교만과 욕심이 하늘을 찌르는 사람들이다. 더 이상 꼭대기가 없는 줄 알고 남을 존중할 줄 모르니 반드시 후회하는 날이 올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들로 그치지 않는다.

사업이 잘된다고 크게 벌렸다 쫄딱 망한 사람. 사람보다 돈만 쫓다 외톨이가 된 사람. 손을 털지 못하고 질질 끌다 가게마저 뺏긴 사람. 이들은 적당한 선에서 만족할 줄 모르다 낭패를 본 사람들이다. 분수에 맞게 적당한 선에서 만족하지 못한 것이다. 무리한 욕심을 자제하지 못하고 무조건 추진해 나가니 일을 망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성공했을 때 얼마나 현명한 처신을 하느냐에 따라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의 운명도 바뀔 수 있다. 그러니 우리가 살아가면서 뜻한 바를 이루었을 때, 잘 나갈 때,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올라서려고 할 때, 이럴 때일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가르침이 바로 황룡유회의 교훈이다.

‘달은 가득차면 이지러지고, 그릇은 가득차면 엎어진다. 끝까지 올라간 용은 후회하리니 만족할 줄 알면 욕되지 않으리라!’는 옛 선현의 말씀이 문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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