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랑을 전달하는 날

2015-02-0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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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 (아동문학가/ 목사)

2월14일이 성 밸런타인의 날(St. Valentine’s Day)이다. 흔히 사랑을 전달하는 날로 알려져 있다. 이 날은 연중 꽃이 가장 많이 팔리는 날이기도 하다. 성 밸런타인은 4세기 로마에서 산 사제(司祭)이다. 어느 날 성경을 읽다가 “네 손이 일을 당하는 대로 힘을 다하여 할 지어다.”(전도서 9:10)라는 말씀에 감동을 받았다.

그는 이렇다 할 재주가 없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하고 생각하다가 편지 쓰기를 결심하였다. 환자, 외로운 사람, 고통 받는 사람들을 알아내어 사랑과 위로의 글을 적어 우편제도가 없는 시대였으므로 직접 배달하였다. 그의 편지를 받는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마음의 평화를 얻었기 때문에 누구나 사제 밸런타인의 편지를 갈망하였다. 그가 순교한 날이 기원 270년 2월 14일인데 서구 사회는 이 날을 사랑이 이루어지는 날로 믿게 된 것이다.


‘오바마 터치’란 말을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만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화를 할 때 손을 많이 사용하여 효과를 더한다는 것이다. 상대의 어깨를 치거나 등을 두드리거나 손을 잡는 등 말과 손을 겸용하는 오바마의 대화법을 ‘오바마 터치’라고 한다. 그러니까 오바마 터치는 그 자체가 메시지를 품고 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의도를 손의 접촉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이것은 사람을 많이 상대해 본 사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복음서 기자들은 예수의 손길을 추적하고 상세히 기록하였다. 맹인의 눈을 만지고, 제자의 발을 씻고, 아이들을 안아주고, 심지어 상여(喪輿)에 손을 얹는 등 그의 손이 닫는 곳에 기적이 일어난다. 사랑의 터치이기 때문이다. 피부와 피부가 접촉하는 심리적인 효과라기보다 그를 진심으로 불쌍히 여겨 그의 고통에 동참하는 사랑의 에너지인 것이다. 예수는 자신의 부활을 믿지 못하는 자에게 “나의 얼굴을 보라‘고 하지 않고 ”나의 손을 보라“고 하셨다. 그 손은 십자가에 달렸던 못 자국이 생생한 사랑의 손이었던 것이다.

뉴저지 패터슨의 한 베이글 가게에 도둑이 들었다. 커피 한 잔을 사고 돈을 냈다. 주인은 거스름을 주려고 캐서(현금 보관함)를 열었다. 그 순간 도둑은 뜨거운 커피를 주인의 얼굴에 붓고 지폐 한 뭉치를 움켜쥐고 도망쳤다. 경찰관 로널드 험프리 씨는 이 케이스를 강도로 취급하고 체포령을 내렸다. “커피는 음료지만 그것을 든 손에 따라 커피도 무기로 간주할 수 있다”고 험프리 씨는 말한다. 같은 손이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

이런 말이 있다. “좋은 교육자는 교과서를 잘 이해시키는 교사이다. 그리고 훌륭한 교육자는 학생에게 정열을 기울이는 교사이다. 그러나 위대한 교육자는 사랑으로 감동을 일으키는 교사이다.” 여기의 교사라는 자리에 부모, 목사, 사장, 회장 등을 대치해도 그대로 진리이다. 사랑의 터치를 구체적으로 하는 사람이 훌륭한 부모, 훌륭한 목사, 훌륭한 사람이다.

사랑은 내 잔을 비워 남의 잔을 채우는 것이다. 사랑은 차가운 눈을 밟아 길을 만드는 것이다. 사랑은 장님이다. 그러나 영의 눈이 밝아져 더 넓게 볼 수 있는 장님이다. 사랑은 슬픔을 삼킨다. 그것은 다른 많은 입술들에게 기쁨의 노래를 주기 위해서이다. 사랑은 때때로 무거운 짐을 지고 걷게 한다. 그것은 다른 어깨들에게 종달새의 날개를 달아주기 위해서이다.

사랑은 아름다운 예배이다. 이웃을 향한 그대의 미소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찬송이요, 이웃에게 펴는 그대의 너그러운 손은 하나님이 들으신 기도요, 말없이 빛도 없이 실천하는 그대의 친절은 어두운 세상을 향한 둘도 없는 설교이다. 사랑은 황홀보다 더 깊고, 육체의 접촉보다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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