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슈틸리케 감독의 리더십

2015-02-0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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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호선(자유기고가)

슈틸리케 한국 축구 대표 팀 감독의 리더십이 연일 화제다.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2패의 초라한 성적. 이후 한국 축구 대표 팀은 느슨한 경기로 졸전을 벌여 엿 세례를 받는 팀으로 전락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한 이래 시험 무대랄 수 있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218일 만에 박수 세례를 받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의 리더십 덕분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리더십은 우선 풍부한 경험에서 나온다. 그는 분데스리가의 보루시아 뭔헨글라트바흐와 스페인 최고 클럽 레알 마드리드, 독일 대표 팀에서 잔뼈가 굵은 세계적인 명 수비수 출신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비록 수비수 출신이지만 공격적인 축구를 선호한다. 이번 대회에서 이청용과 구자철이 부상으로 낙마하고, 손흥민마저 초반 감기 몸살로 전력에 차질이 생기자 상대팀을 허우적대게 만드는 늪 축구로 전환했다. 또 모든 선수들을 고루 기용해 체력 소모를 최소화하고 ‘플랜 B’를 무리 없이 가동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실력보다 알고 알려진 선수만 대표 팀에 발탁해 의리축구라 조롱받던 팀에 학연과 지연을 없애고 백지 위에다 새로이 그림을 그렸다. 슈틸리케 감독이 아시안컵을 앞두고 무명의 골잡이 이정협을 과감히 발탁했다. 그리고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며 기운을 북돋웠다.

현대 축구는 빠르고 정교해졌다. 독일 출신인 슈틸리케 감독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챔피언이었던 독일식 패스 축구를 한국 선수들에게 이식하고 있다.

홍명보 전 감독은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4-2-3-1 포메이션을 고집, 아쉬움을 남겼다. 사실상 주전 멤버를 일찌감치 정해놓은 뒤 이렇다 할 실험도 거의 하지 않았다. 대표 팀은 당시 변형 스리백, 제로톱 등이 구사되는 등 세계적인 트렌드에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술은 상대와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화하고 창조적인 플레이를 요구하는 게 세계 축구의 흐름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 조별예선 2차전 쿠웨이트와의 경기에서 힘겹게 1-0으로 이기자 “우린 더 이상 우승 후보가 아니다”란 말로 선수들을 자극했다. 날마다 새벽 공기를 마시며 축구에 인생을 건 그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결국 슈틸리케호(號)는 58년 만에 우승의 문턱에서 호주에게 무너졌지만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쳤다.

“선수들의 마음으로 들어가 영혼을 울리고 싶다”던 슈틸리케 감독의 말마따나 선수들은 물론 나아가 국민 모두의 영혼을 울리고 있다. 지도자의 덕목이랄 수 있는 배려와 열정, 헌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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