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계 최초

2015-02-0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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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상섭 <물리학 박사>

우리 한국인들은 세계 최초, 세계 최고를 아주 좋아한다. 한국의 신문 방송을 보면 가끔 세계 최초로 무엇을 하였다거나 세계 최고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세계 최초, 최고, 최대, 최다라며 남들보다 다른 것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본성인 것 같다. 그런데 세계 최초가 많다면 왜 한국에는 한명의 노벨 평화상을 제외하고 과학 의학 경제 문학 등의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가 없을까?

때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세계 최고가 되려고 논문을 조작하는 비정직한 과학자도 있다. 필자가 과거 한국 과학계에 근무 하였을 때 한국의 모 연구소에서 세계 최초로 무엇을 개발 하였다는 신문기사가 났는데 일본 과학 기자가 사실 확인을 의뢰받은 기자로부터 필자에게 문의 전화를 한 기억이 난다. 연구 실적을 과대 포장하여 언론에 발표하다가 생긴 일이었다. 혁신성이 검증되어야 연구논문으로 출판이 되는데 이런 발표를 모두 세계 최초라고 주장할 수 있을 런지?


이웃 나라 일본인 출신 노벨상 수상자는 많으며 중국인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한국인 출신은 아무도 없다. 대한민국의 경제규모는 점차 커져서 세계에서 상위권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노벨상 수상자도 없는 기초과학 수준의 나라가 단지 선진국기술을 도입 개선하여 돈벌이를 한다는 눈총을 받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약 3년 전에 노벨상을 꿈꾸는 기초과학연구원이 발족되어 미래를 위하여 투자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기초과학을 위한 지원과 의지가 이미 지방대까지 퍼져 있다.

지난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한 일본계 미국인 나카무라 교수는 일본의 한 지방대 출신으로 조그만 회사에 근무하며 이룩한 업적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여러 해 전에는 일본 한 회사에서 평생 한 분야에 근무하던 직원이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할 정도로 기초과학의 바탕이 튼튼하다.

노벨상 수상은 세계 최초보다는 가장 창의적이고 인류에 공헌할 업적이 중요한 것 같다. 창의력을 진흥시키는 교육을 잘하는 민족들 속에서 대체로 많은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으려면 교육이 변해야 한다”, 이 말은 80년대 필자가 대학원 다닐 때 미국물리학회에 가면 만나던 메릴랜드에 서온 김모 선배 물리학자의 주장이었다. 즉 당시의 암기식 교육제도와 대학입시를 고쳐야만 미래의 한국인 노벨 수상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기사에서 보니 노벨상 수상자인 나카무라 교수는 고국인 일본을 찾아서 한 연설에서 “일본을 비롯해 중국, 한국의 교육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입학시험은 오직 이름난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목적밖에 없다.”고 했다고 한다. 그의 수상은 일본 지방의 한 업체에서 밝은 빛을 낼 수 있는 청색 LED를 개발한 공로이다. 연구 중에는 회사에서 푸대접을 받는 역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연구했다고 한다.

컬러 표시소자를 위한 RGB (빨강 초록 청색의 영문 첫 자)의 삼원색을 위한 밝은 청색 LED의 난제를 해결하였다. 이 발명으로 세계적인 기업이 된 회사에서 특허 대가를 제대로 보상하지 않자 법의 심판에 맡기고 미국으로 건너와 지금은 UCSB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바쁜 미국 이민 생활 중에도 미래의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를 꿈꾸며 자녀들의 교육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너무 세계 최고만 추구하지는 않는지 생각해보고 자녀들의 창의력 개발 교육에 힘써야 할 것 같다.
염상섭 (물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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