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동반자살’ 막을 수 없었나
2015-02-06 (금) 12:00:00
연초부터 들려온 LA 한인타운 일가족 동반자살 소식은 우리 모두를 우울하게 한다. 한인사회에서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생활고를 비관한 자살, 특히 일가족 동반자살은 듣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럽다. 왜 이런 비극이 끊이지 않는 것인지 안타까울 뿐이다.
같이 목숨을 끊은 LA 한인타운 가족은 극심한 생활고와 노부모의 치매로 힘들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은 영주권자였음에도 부모는 체류신분이 해결되지 않아 생활비 보조와 치매 치료 등 복지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주위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부부는 미국에서 지상사 주재원 생활까지 한 인텔리로 외아들의 공부를 위해 1990년쯤 아예 미국으로 이주해 청소용역 업체를 운영하며 아들 뒷바라지를 했다. 체류신분을 얻기 위해 투자비자도 받았으며 한때는 비즈니스가 잘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20년 이상 미국에서 열심히 생활해 온 노부부가 왜 체류신분을 해결하지 못했는지 고개가 갸우뚱해 진다. 만약 체류신분이 해결됐더라면 생활고와 치료에 필요한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며 그랬더라면 이번과 같은 참극은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세한 내막과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외아들과 노부부는 받을 수 있었던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원인이 무엇이었든 간에 안타까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우리 주위에는 이런 가족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적절한 도움과 조언만 받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에 발목을 잡혀 고통을 받고 있다.
봉사를 표방하는 한인단체들이 이런 가족들을 돕는 일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 물질적 지원도 좋지만 상담 서비스 등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필요한 절차를 대신 밟아 준다면 한 가족의 삶의 궤적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 동반자살을 개인적 비극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것을 시스템의 붕괴로 인식하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고민하고 개선할 줄 아는 사회가 좋은 사회다. 일가족 동반자살 참극을 계기로 한인사회에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