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생이 곧 영화다

2015-01-3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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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흔히 영화를 종합예술이라고들 한다. 이유는 영화 한 편 속에는 음악, 문학, 무용, 미술, 연극 등의 예술적 종합요소가 모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 한 편을 보고 나면 종합예술 한 편을 보고 감상한 거나 같단다. 영화는 사람들과 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좋은 영화는 유익하게, 그렇지 못하면 악 영향을 미친다.

지금까지 많은 영화를 보았다. 영화관, 텔레비전에서.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서도 본다. 지금도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 영화가 있다.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벤허>다. 벤허의 전차경기는 정말 대단하다. 또 그 영화엔 예수가 나오며 기적이 일어나 문둥병자들이 낳는다. 벤허로 기독교인이 된 자가 수십만 명이라 한다.


얼마 전 베이테라스에 있는 영화관에서 윤제균감독의 <국제시장>을 관람했다. 미국에서 보는 한국영화라 그런지 설레었다. 그 날은 노인 분들이 많이 왔는데 극장 안은 한국 관람객으로 가득했다. 영화는 한국전쟁의 비극부터 서독광부와 간호사, 월남전, 이산가족 찾기까지의 한국의 현대사를 눈물겹게 그려내고 있다.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미 이 영화는 한국에선 관람객이 1,100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에서의 한국 영화 상영은 빛을 못 보는데 국제시장만큼은 다른 것 같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한인 관람객에 의해 영화는 한인들이 많이 사는 미국의 전역으로 개봉되어 상영 중이다.

영화 한 편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빠르면 대략 1년에서 2년 정도 걸린다. 국제시장의 경우 2009년 기획됐고 2012년 작업과정을 거쳐 2014년 12월 개봉됐다. 약 5년의 세월이 걸렸다. 12년에 걸쳐 제작된 영화가 있다. 미국영화 <보이 후드·Boy Hood>다. 한 아이의 실제 성장기를 따라가는 12년 프로젝트의 영화다.

이 영화는 주인공 엘라 콜트레인의 7살 때부터 19세까지의 성장과정을 그렸다. 상영시간은 3시간이며 지난 선덴스영화제 특별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여 큰 호평을 받았다. 링클레이터 감독은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은 ‘시간’이라며 영화의 대본은 있었지만 스토리는 콜트레인이 자라며 변하는 것에 따라 조정됐다고 한다.

연작 시리즈로 돈을 엄청나게 번 영화가 있다. <반지의 제왕>3부작에 이어진 <호빗>3부작이다. 2001년 ‘반지원정대’로 시작된 시리즈는 제작비가 총 10억2,600만 달러(1조2,600억 원)로 편당 평균 2억 달러에 가깝다. 최근 개봉된 ‘다섯 군데 전투’를 제외한 연작 5부작이 벌어들인 돈만도 총60억(6조원)달러에 달한다.

피터 잭슨 감독이 J.R.R.톨킨의 원작 ‘반지의 제왕’을 영화로 만들기로 마음먹은 지 19년, 판권을 구입한지 17년, 영화 개봉 14년 만에 시리즈는 끝이 났지만 마지막 작품이 현재 상영 중에 있다. 판타지로 제작된 이 시리즈들은 어른과 어린아이들이 함께 보며 즐길 수 있어 더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며 큰돈을 벌게 했다.

오래전이다. 이탈리아의 비토리오 데시카 감독의 <자전거 도둑·The Bicycle Thief>을 본 적이 있다. 유일한 생계수단인 자전거 한 대를 도둑맞은 가난한 아버지와 아들의 처절한 자전거 찾기가 줄거리다. 1948년 개봉된 흑백영화로 필름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반드시 보아야 할 영화다. 영화와 인생을 함께 배우게 된다.

종합예술인 영화 한 편에 인생이 변화된다. 벤허가 좋은 예다. 국제시장을 보며 눈물 흘리는 사람들.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발견한다. 12년 동안 제작된 영화의 주인공은 시간이다. 60억 달러를 벌어들인 연작시리즈. 마지막 영화는 또 얼마나 벌어들일까. 자전거를 도둑맞은 가난한 아빠와 아들. 인생이 곧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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