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목회자 설교시간 30분 넘지 마세요

2015-01-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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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들 집중시간 7분에 불과... 대부분이 내용의 10%만 기억

▶ 포인트만 제대로 전달하면 20~30분 내 회개유도 충분

■ 갈수록 짧아지는 추세 뚜렷

설교는 목회자의 사역 가운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공공장소에서 다수의 대중을 향하여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들여 예배에 참석한 교인의 입장에서도 예수 그리스도의 영적인 식량을 공급 받으려는 기대로 설교자의 말에 집중하게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적지 않은 목사들이 설교를 사역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에너지를 투입한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설교시간이 길어지고 메시지의 핵심가치는 흐려진다.


설교시간은 무성의하게 짧아서도 안 되지만 지루하게 늘어지는 설교도 효과가 없다. 내용과 목사의 은사에 따라 설교시간에 대한 교인의 반응은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설교가 빨리 끝나서 불만이라는 성도는 거의 없다. 오히려 너무 길다는 불평이 많다.


가장 적당한 설교시간은 어느 정도일까? 라이프웨이 리서치의 대표 톰 레이니어 목사는 미국인 목사의 설교 가운데 가장 많이 차지하는 시간대는 ‘20분에서 28분’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비록 압도적인 목회자가 이 정도 시간으로 설교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레이니어 목사는 전했다.

다음으로 많은 시간대는 ‘45분에서 55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목사들은 30분 미만으로는 제대로 메시지를 전할 수 없으며 최소한 45분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목회자들이 이처럼 길게 설교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지만 눈에 띄는 점은 급속히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교인들이 집중하는 시간이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시간에 구애 받지 않는다’는 그룹이다. 하나님의 역사가 어떻게 이뤄질지 알 수 없는데 설교시간을 일정하게 정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10분이 될 수도 있고 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톰 슐츠 목사는 ‘그룹 퍼블리싱’ 및 ‘라이트리 카페’를 세우고 전 세계에서 도움이 필요한 가정을 섬기고 있는 ‘그룹 케어’ 디렉터로 사역하고 있다. 슐츠 목사는 설교시간보다는 설교의 목표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를 교인들이 알고, 사랑하고, 따르도록 돕는데 어느 정도의 설교시간이 필요한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슐츠 목사는 설교자가 조심해야 할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우선 더 이상 ‘정보’를 전달하는 설교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성경 지식이나 언어적 배경 등 설교에 삽입된 정보 중에 많은 부분은 이제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라는 이야기다. 설교가 더 치중해야 하는 부분은 정보보다는 영적인 변화이며 설교시간의 길이도 이 점에 맞춰져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목사가 자신의 말솜씨를 과시하는 행위, 설교를 오랫동안 준비한 사실을 드러내려는 것,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며 영적인 것만 내세우는 설교 역시 기피해야 할 사항으로 꼽았다.

슐츠 목사는 예배에 참석한 교인들이 설교내용의 10%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를 밝히면서 ‘설교가 길수록, 성도는 더 많이 잊어버린다’고 말했다. 성인이 집중하는 시간도 어린이들보다 그리 길지 않아 한 번에 7분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일방적으로 듣기만 해야 하는 설교의 경우 집중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설교에서 시간은 중요한 게 아니며 핵심 포인트가 소중하다고 그는 강조하고 있다. 포인트만 제대로 잡아 전달한다면 시간이 길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와 같은 원칙에 따르면 이상적인 설교 시간은 ‘20분에서 30분’이라는 것이다. 설교를 듣고 죄의식을 느끼며 회개를 하거나 새로운 결심을 갖는 순간은 30분 안에도 수없이 많이 찾아온다는 지적이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walkingwit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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