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황태

2015-01-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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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 (목사)

12월 하순부터 1월 초순은 황태 건조가 시작되는 계절이다. 매년 이 때가 되면 미시령, 진부령, 대관령을 가로지르는 태백산맥 동쪽 산비탈 덕장에 쓸 통소나무 박는 소리로 계곡이 요란하다.

명태는 잡는 법과 건조하는 방법에 따라 이름, 영양 구성, 값이 달라진다. 잡은 명태를 그대로 먹으면 생태다. 제일 값이 싸다. 말린 명태는 북어, 꾸덕하게 절반만 말린 것은 코다리, 머리를 떼고 말린 것은 무두태, 오랫동안 얼렸다 녹이기를 반복해서 말린 것은 황태다.


황태 덕장 중 가장 유명한 곳은 강원도 인제군에 있다. 북천 강변에 위치한 용대리 덕장이다. 여기서 매년 3000만 마리의 황태를 만들어 낸다. 한국 전체 생산량의 75%다.

황태를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건조하는 일이다. 건조는 12월 하순에서 4월 초까지 4개월 동안, 동결건조와 해동건조의 방법을 반복함으로 서서히 이루어진다. 여기엔 분명 느림의 미학이 있다.

용대리는 푄현상의 영향으로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리고, 봄에는 건조, 단열, 압축의 바람이 형성된다. 사람 살기에는 척박한 곳이나, 황태 만들기에는 최적이다.
4개월만으로 건조가 끝나지 않는다. 4월초가 되면 화풍건조를 시작한다.

덕장에 걸어 놓은 명태를 걷어내려 켜켜이 쌓아놓은 다음, 아래산골짜기에서 불어오는 화풍(和風)을 맞혀 건조한다. 한 달 동안의 화풍건조가 끝나면 창고에 저장한다. 거기서 다시 50일 정도 묵힌다. 창고에서 푹 묵힌 명태의 살은 이제 완연한 황금빛으로 변화되어, 시장 출하를 기다린다.

명태가 고지대 산비탈에서 오래 동안 동결, 해동을 반복하는 사이에, 콜레스테롤이 거의 없는 고단백 식품으로 변화된다. 초우량 식품이 된다. 값도 다른 것보다 비싸다.

다산 정약용이 500권이 넘는 방대한 저술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가. 18년 동안의 강진 귀양살이 때문이다. 만일 그가 한양에서 멀리 떨어진 오지에서 귀양살이를 하지 않았다면, 역사에 빛나는 학문적, 정신적 업적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진흙같이 보잘 것 없었던 다윗이 위대하게 된 비결이 무엇인가. 15년 동안 치열한 고난을 겪으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낮추고, 새롭게 단련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명품 황태가 그냥 되지 않는 것과 같다.

당신은 리더인가. 명태가 높고 추운 산자락에 걸려 혹독한 시련을 겪는 중에 빛나는 황태로 승화되듯이, 다윗이 극심한 고난 중에 자기를 끊임없이 제련해 가듯이, 시련 중에도 흔들리지 마라. 자신만이 이룰 수 있는 최고의 길을 찾아 당당하고 의연하게 그 길을 가라.

2015년도 새해가 밝았다. 어제의 일은 과거의 시간 속에 묻어라. 미래의 꿈을 가지고 현재를 살라.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꿈만은 포기하지 말라. 세속의 파도가 물밀듯이 몰려와도 세상에 휩쓸리지 말라. 하나님을 바라보라. 나만의 독특성과 창의성을 가진 인간이 되라. 명태보다는 황태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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