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풍자(諷刺)와 욕설(辱說)

2015-01-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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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우<자유기고가>

풍자와 욕설이 우리말에 어떻게 다른가, 궁금해서 사전을 펼쳐보았다. 풍자는 현실의 부정적 현상이나 모순 등을 빗대어 비웃으면서 폭로 또는 공격함이라고 했다. 그럼 욕설은 어떻게 해석 할까, 남의 인격을 무시하고 모욕적이나 저주하는 말로서 인격상으로 몹시 부끄러움을 당하게 하는 말이라고 했다.

최근에 일어난 북한과 미국 간의 갈등 소니사 제작영화 ‘인터뷰’에서 보았듯이 쌍방 모두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그 영화는 무엇이 풍자이고 무엇이 욕설인지 가늠하기가 애매모호하다. 미국 쪽에서 본다면 표현의 자유 풍자라고 하지만, 북한 쪽에서 본다면 분명 영화라기보다 치욕적인 욕설에 가깝다. 그렇다면, 상대방이 욕을 한다고 해서 그 분풀이로 주먹질로 공격 할 때 어느 쪽이 더 잘못 했을까?


이번 영화 ‘인터뷰’ 사건은 북한이 주먹다운 주먹 한번 제대로 써 보지 못하고 때린다, 때린다, 인터넷으로 협박만 하다 오히려 역으로 상대방 반격에 북한 인터넷이 하루 동안 마비 대고 말았다. 바위 돌에 계란 던진 격이다. 북한은 일단 꼬리를 내렸다. 그러나 그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번에는 이와 비슷한 사건이 연초에 프랑스 파리로 옮겨졌다. 프랑스 풍자만화주간지 ‘샤를리에브도’가 그 타깃이었다. 이슬람교 예언자 무하마드를 조롱하는 치욕적인 풍자만화에 대한 보복으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그 회사에 침입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그리고 프랑스 인터넷 사이트 2만여 웹사이트에도 공격했다. 독일, 이태리, 바티칸, 유럽전체가 안전지대가 아니다.

여기에 맞서 이슬람 종교를 증오하는 무리들은 모스코사원에 돼지 머리를 거는가 하면 프랑스 남부 프르라수밸 이슬람 사원에 총탄 수백 발을 날렸다. 그리고 서양의 이슬람 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과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동참하여 이들 만행을 규탄하는 시위도 하였다.

한편에서는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 권리로서 테러에 굴복 할 수 없다고 목청을 높이고, 그 반대편에서는 그들이 숭배하는 사람을 욕되게 할 수 없다고 목숨을 기꺼이 바치고 있다. 증오는 복수를 낳고 복수는 또 증오를 일으킨다. 제2의 종교 전쟁이 이러다 날까 불안하다. 전쟁만은 일어나지 말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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