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이에 걸맞게 산다는 것은…”

2015-01-2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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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논설위원)

세월이 바람으로 지나간다. 엊그제 새해더니 어느새 첫 달의 끝자락이다. 세월 참 빠르다. 어제는 그제보다 빨리 지나갔다. 오늘은 어제보다 빨리 지나간다. 그리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빨리 지나갈 것이다.

새해가 밝으면서 너나없이, 하나씩 얻은 것이 있다. 주문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사양할 수 없다. 공짜라 반품도 안 된다. 그 것은 바로 ‘나이’다. 그래서 한 해가 시작되면 모두 공평하게 한 살이 더해진다. 실로 먹는 나이는 거절할 수 없고, 흐르는 시간은 멈출 수 없음을 말함이다.


인간의 나이는 세 가지가 있다. 시간, 신체, 정신적인 나이 등이다. 시간적 나이는 달력이 바뀔 때마다 한 살 더 먹는 것이다. 신체적 나이는 실제 나이와 상관없이 육체적으로 더 젊거나 늙어 보이는 나이다. 정신적인 나이는 자기가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나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시나브로 늙어가는 것이다”
시간적 나이는 막을 수 없다. 하루하루 더해짐에 어찌할 수 없다. 그저 세월의 흐름을 순응하며 따라갈 뿐이다. 신체적 나이는 그렇지 않다. 스스로 가꾸고 챙기기 나름이다. ‘실제나이’와 ‘건강나이’는 다르다. 건강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정신적 나이도 마찬가지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인간을 늙게 하는 것은 나이가 아니다. 정신상태다.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만큼만 늙는 것이다. 자신의 정신적 나이를 누가 판단할 수 있을까? 의사도 남도 아니다. 그 누구도 아니다. 바로 자신일 뿐이다. 매해 누구나 한 살 더함은 똑같다. 그렇지만 나이 먹음의 무게는 만인만색이 아니겠는가?

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나이를 먹는 것. 반대로 나잇값을 하는 것은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나잇값을 못한다는 말을 더 많이 듣는 이유다. 나잇값을 못함은 철없이 굴 때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행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아이는 아이다워야 한다. 어른도 어른다워야 하는 법이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 나이도 나잇값이 있는 거 아니겠는가?

진정한 나이는 인간답게 산 시간이라고 한다. 얼마나 인간답게 살았느냐에 따라 나잇값이 매겨진다는 얘기다. 살아온 햇수의 나이는 같을지라도, 동갑내기의 나잇값은 같지 않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인간답게 살지 못했다면 나이를 먹어도 헛먹었다고 하는 게 아닌가 싶다.

한인사회를 돌아보면 ‘철부지 어른’이 한 둘이 아니다.
그들은 말과 행동에 상관없이 어른 대접만 바란다. 모범을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말썽만 부린다. 자기생각과 다르면 무조건 끌어 내린다. 내 것은 내 것이고, 남의 것도 내 것처럼 움켜쥐고 산다. 한인사회를 시끄럽게 한다. 가정과 주위사람을 힘들게 한다. 그렇게 보니 대책 없는 어른들이 참 많다. 참으로 나잇값을 못하는 어른들이다. 힘들 때 찾아가 상의를 드릴만한 진정한 어른들은 어디에 계실까?

인간이 늙기 시작한다는 것. 그 것은 인생의 갈림길에 들어섰다는 의미란다. 노인과 진정한 어른이 되는 갈림길이다. 지금 60세 안팎의 나이가 딱 그 나이다. 노인은 세월 속에서 절로 노인이 된다. 하지만 어른은 그렇지 않다. 지금부터 부단히 노력하고 가다듬어야 한다.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삶인지 묻고 또 물어야 한다. 그래야 나잇값 하는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음이다. 나이 들어 노인이 될 것인가 아니면 어른이 될 것인가? 그 결단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세월은 마구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다.나잇값 하는 것이 바로 사람값 하는 것이란다.

1월의 끝자락에서 당신은 지금 자신의 나이에 걸맞게 살고 있는지요? 아니면 시간과 함께 흘러가는 달력의 나이만 먹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자문자답하며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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