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뇌와 마음의 세계

2015-01-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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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객원논설위원>

10년도 더 됐다. 지인 중에 아는 분 남편이 얼음길에 쓰러졌다. 앰뷸런스가 오고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회복되지 않았다. 병원에서 이틀 만에 사망했다. 미끄러운 길에서 넘어질 때 머리를 다쳤는데 뇌출혈이 심했었나보다. 다른 곳을 다쳤다면 죽음까지는 가지 않았을 거다. 미끄러운 길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지금도 가끔 돌아가신 그 분이 생각나는 것은 사람의 몸 중에 뇌가 차지하는 중요성 때문이다. 사실 사람에게만 뇌가 있는 것이 아니다. 새 종류와 물고기 종류에게도 뇌가 있다. 뇌의 기능은 몸의 본부 역할을 담당한다. 몸의 모든 기능을 관장하는 곳이 뇌다. 그러니 뇌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몸의 기능은 마비될 수밖에 없다.


2014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존 오키프(UCL:영국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교수는 인류가 치매를 비롯한 뇌 질환 연구에 계속 투자하지 않으면 미래에 심각한 위협이 인류에게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늘고 있는 치매 현상. 치매는 다양한 뇌질환에 의해서 발생되는 병중 하나다. 원인 중엔 음주와 흡연도 들어간다.

존 오키프박사와 부부박사인 마이브리트 모세르와 에드바드르 모세르 등 3명의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는 뇌세포 내에서 몸속의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라 할 수 있는 위치정보시스템을 발견했다. 즉 사람이 자신의 위치와 방향을 파악할 수 있는 뇌의 원리인 뇌에 내장돼 있는 ‘격자세포’를 규명해 낸 것이 수상이유다.

항상 궁금하게 여겨 온 것이 있다. 뇌와 마음의 관계다. 흔히 마음은 우리네 심장에 있는 것이라 여기고 있다.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면 심장이 쿵쿵대며 뛰는 것을 느낀다. 또 슬픈 사연을 보거나 들을 때엔 가슴이 찔리는 것 같은 아픔을 느낀다. 이렇듯 마음이 들뜨거나 아플 때엔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 먼저 작동한다.
정신의학자 사텔과 심리학자 릴렌펠드가 쓴 <브레인 워시드>(Brainwashed)에서 그들은 뇌가 우리의 마음이 아니다란 주장을 펼친다.

뇌의 편도체는 공포, 행복, 신기함, 화, 성적 흥분이 있을 때 활성화 되는데 그런 활동이 한 가지라도 일어나려면 30군데 이상의 뇌 영역이 상호 보완 연계되어야 일어날 수 있다 한다. 이 말은 그물처럼 얽혀 있는 세상과 사물의 관계를 연상시킨다. 뇌 안에도 또 다른 관계의 이치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사람을 소(小)우주라 부르는 배경에는 뇌의 역할이 있다. 뇌에도 우주의 별들처럼 수많은 뉴런(neuron·신경세포)들이 있다. 대뇌피질에만 약 100억 개의 뉴런이 하늘의 수많은 별들같이 존재한다.

소우주의 인간. 인간을 움직이는 뇌. 뇌가 마음이 아니라면 무엇이 마음일까. 뇌는 물질인 신경세포로 구성돼 있어 몸을 활성화시키더라도 마음을 움직이는 건 또 다른 세계와 연관돼 있는 것은 아닌지.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아니하는 영혼(spirit)이 머무는 세계, 혹은 밝혀지지 않고 있는 대(大)우주와 연계돼 있는 것은 아닐까.

아무튼 뇌는 몸에 가장 중요한 부분임을 부인할 순 없다. 뇌를 건강하게 유지해야 치매도 안 걸리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자동차를 주차하고 집으로 돌아가다 “아차, 내가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껐나, 안 껐나!”하며 다시 돌아가 확인하는 경우가 있다. 치매 증상인가. 아니면 건망증인가. 그도 아니면 뇌의 활성이 잘못된 걸까.
잠을 잘 자면 뇌 건강에 좋다고 한다.

잠을 잘 자려면 마음이 편해야 하고 마음을 편하게 하려면 만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된다. 머리 겸손히 숙여 걸으면 빙판길 조심에 좋다. 치매 예방엔 금주와 금연이 있다. 뇌도 서로 상호 보완해야 몸이 활성화된다. 뇌가 살아야 살아있는 거다. 뇌와 마음의 세계, 신비의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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