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향기로운 말로 새해를 열자

2015-01-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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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애자 (시인)
유명 연예인이 70대 노인과 말다툼 하다가 폭행을 해 불구속 됐다는 기사를 읽었다. 교통체증이 심해 짜증이 났는지 주변을 향해 욕설을 퍼붓자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노인이 “젊은 사람이 왜 그렇게 욕을 하느냐?”고 나무란 것이 발단이 됐다는 것이다.

비단 연예인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상대방을 생각하지 않고 스스로가 말을 제어하고 가려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특히 이번 연말 연초를 보내면서 친구들의 일로 말의 중요성을 더 절실히 느꼈다.

양반 두 사람이 나이 많은 백정이 경영하는 푸줏간에 고기를 사러 갔다. 먼저 한 양반이 “어이! 백정, 고기 한 근 다오.” 했고, 한 양반은 “박서방! 고기 한 근 주시게” 했다. 그런데 다 같은 한 근인데 먼저 양반의 고기는 나중에 산 양반의 절반이었다. 먼저 산 양반이 화가 나서 “이놈아! 한 근이 어찌 이리 다른가?” 묻자 푸줏간 주인은 “네, 그야 손님 고기는 백정이 자른 것이어서 딱 한 근이고, 이 어른의 고기는 박서방이 잘라서 다릅니다”라고 대꾸했다는 것이다. 같은 뜻을 가진 말일지라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상대의 반응이 이렇게 달라진다.


일본의 유명작가인 미우라 아야꼬 여사는 이런 말을 남겼다. “이 세상에서 사람을 제일로 많이 죽이는 것이 무엇일까? 총일까? 총도 사람을 많이 죽이는 것이다. 칼일까? 칼도 사람을 많이 죽이는 것이다. 원자폭탄일까? 물론 그것도 사람을 많이 죽인다. 그러나 역사 이래 이런 것들보다 더 많이 사람을 죽인 것이 있는데, 곧 세 치도 못되는 사람들의 혀이다. 대포와 총과 칼과 폭탄은 사람의 몸을 죽이지만 사람의 혀는 사람의 인격을 죽인다.”

나 자신도 알게 모르게 하는 말이 상대에게 큰 상처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부부간의 다툼도 그러하고 자녀와 언쟁도 그러하다. 사회생활도 마찬가지다.
을미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지나온 해를 돌아보면서 나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상처를 주는 말을 하지 안 했는지 곰곰이 생각하며 반성해 본다.

“좋은 일, 좋은 말만 하고 살아도 짧은 인생인데 어찌 나쁜 일, 나쁜 말을 하며 살려고 하느냐.” 늘 하시던 아버님 말씀을 새기며, 새해에는 아무리 화나는 일이 있을지라도 칭찬하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말로 하루하루를 열어보자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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