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군의 어머니

2015-01-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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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지난 10일 터키와 시리아 접경지에서 실종된 한국인 김모군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이슬람국가(IS)와 합류방법을 물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 수사대는 21일, 김군은 1년 전부터 인터넷에서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인 IS를 검색하여 가입희망의사를 밝혔고 IS에 가입하려고 시리아 밀입국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잠정결론을 내렸다.

터키행 전날 김군은 “나라와 가족을 떠나고 싶다, 새로운 삶을 살고싶다”는 글을 남겼다. 김군의 마지막 행적은 IS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남성과 터키 킬리스 시내에서 승합차를 타고 20여분 거리인 베시리예 마을에 내린 이후 행방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김군의 IS연관 소식에 한국은 물론 미주지역 한인사회도 충격을 받았다. 특히 10대 아들딸을 둔 부모들은 남의 일이 아니다 싶을 것이다. 10대의 청춘은 겁이 없고 한없이 방황하는 시기이자 죽음쯤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지나놓고 보면 아무 일도 아닌 것을 자신이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한다고 착각 하는 나이이기도 하고 오만과 몽상에 빠져 자신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기를 기대하는 나이이기도 하다.


더구나 요즘 아이들은 나가서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종일 책상 앞에 앉아 트위터, 온라인 게임, 메신저 등을 하기 일쑤다. 집안에 있는데 별 일 있겠어 하다가는 그야말로 두 눈 뜨고 큰일 당한다.

김군은 중학교를 자퇴한 후 주로 집에서 생활하면서 부모와는 쪽지로만 대화를 해온 외톨이였다. 이런 아들이 “터키의 가지안텝프 가고싶다. 다녀오면 힘내서 공부하고 검정고시 보고 꿈과 희망을 되찾고 싶다”고 하자 김군의 어머니는 그 말이 너무도 바라던 바였다고 한다. 그래서 없는 돈을 마련하여 개인 가이드까지 구해서 여행을 보냈던 것이다.

위험지역이라 걱정은 되지만 김군이 가고싶어 하는 지역에서 하룻밤 자면서 어떤 곳인지 보고 이스탄불로 이동하도록 여행 동선은 짜여있었다.

김군은 IS가 조직원 모집에 사용하는 대표적 채팅 프로그램인 ‘슈어스팟’을 통해 IS와 접촉했다고 한다. 슈어스팟은 현재 구글 앱스토어에서 10만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다.

김군은 이미 인터넷상으로 대하던 IS의 실체를 보고 경악했을 수도 있다. 부모의 보호아래 먹고 자는 걱정 없이 혼자서 마음껏 상상하고 들떴던 아이는 굶고 맞고 열악한 환경에서 엄청난 혼란과 후회 속에 있을 수도 있다.

김군의 어머니는 “아들을 빨리 찾고싶다”며 언론도 아이를 찾는데 힘을 보태주기를 호소했다. 부모 마음은 아들이 길을 잃었거나 납치되었다고 믿고 싶다.

이미 전장으로 직접 달려간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를 구출한 선례가 있다. 작년 11월 IS대원과 결혼하겠다며 무작정 시리아로 간 19세딸을 찾아 부르카로 위장 한 채 시리아로 잠입한 네덜란드 어머니는 기어코 딸을 구해내었다. 그다음달인 12월에는 터키로 봉사간 아들이 IS 전사로 변신하자 시리아내 근거지로 단신 뛰어들어 천신만고 끝에 아들을 설득하여 영국으로 데려온 아버지도 있다.


그 외에도 여러 대학에 지원했다가 모두 낙방하자 IS에 가담하러간 영국인 소년을 비롯 아들딸을 찾아 터키와 시리아 국경으로 모여든 부모들은 자식을 구출하겠다는 일념으로 죽음의 위협을 무릅쓰고 있다.

경제는 어렵고 취직은 안되고 현실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많을수록 제2의 김군이 나타날 수 있다. 온 세상이 다 그 아이를 외면하고 버려도 부모는 자식을 버릴 수 없다. 자식을 둔 부모들은 다같이 김군 어머니와 같은 마음이 되어 오랜 시간이 걸려서라도 아이를 찾아 구해올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집에 같이 사는 아이들에게 더욱 관심을 두어야겠다. SNS를 통해 온갖 정보가 다 들어오니 아이들은 부모와 별로 말하는 시간이 많지 않다. 아이들이 부담스러워 하지 않는 범위에서 직접 눈을 보고 대화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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