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탈북자에 따뜻한 관심을

2015-01-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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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우(사회부 기자)

“남한 사람들에게 북한 주민들은 그저 ‘아무나’(Anybodies)가 아닙니다. 비록 지금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지만 우리는 그들이 겨우 수백 Km거리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의 인권유린을 고발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보며 우리는 가슴이 찢어지고 같은 비극을 겪은 듯 눈물을 흘립니다. 부디 훗날 우리가 오늘을 되돌아 볼 때 북한 주민들을 위해 옳은 일을 했다고 말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오준 주유엔 한국대사가 지난해 12월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회의에서 한 이 연설은 한국인들 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 깊은 감동을 퍼트렸다. 특히 20~30대 젊은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연설 동영상을 공유하며 ‘지금까지 북한 인권과 북한 주민들의 아픔에 무관심했다’며 자성하는 모습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북한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다시금 높아졌지만 한인들의 관심과 도움은 미비하다는 사실이다. 북한의 인권유린에 고통 받고 수천, 수만 마일을 건너 미국에 온 이들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미주탈북자라고 부른다.

기자는 오준 대사의 발언이 나올 시기쯤 본보가 연재한 ‘세밑 더 외로운 탈북 동포들’이란 특별기획 시리즈를 통해 미주탈북자 김소연(30·가명)씨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지난 2007년 중국과 태국을 거쳐 난민신청을 해 뉴욕에 온 그는 미주 정착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보다도 한인들의 ‘차가운 시선’이었다고 담담하게 고백했다.

한인 회사에 근무하는 그는 아직까지도 동료들에게 자신이 탈북자인 사실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미 이전 회사에서 탈북자임을 밝혔다가 받은 상처가 아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색적인 눈길로 보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저희를 외면하지 말아 주세요. 저희는 고향을 버리고 온 것이 아닙니다. 북한의 인권 유권과 독재정권을 피해 온 것입니다”

김 씨는 탈북 과정에서 아버지를 잃었다.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아 미국에 온 이들에게 한인사회는 또 다른 감옥을 짓고 이들을 가두고 있지는 않은 걸까?
굳이 금전적인 도움이 아니라도 괜찮다. 뜻 깊은 행사에 이들을 초대해 따듯한 밥 한 그릇 말 한마디만이라도 온정을 베푼다면 이들에겐 새 삶을 살아가게 해줄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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