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골든 에이지

2015-01-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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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경제팀 차장)

미국 대중문화에 솔솔 불고 있는 한류의 바람이 점차 한인 업주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오고 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비오는 날 ‘치맥’을 먹는 장면이 나오면서 퀸즈 플러싱 한인 치킨 전문점에 중국계 고객이 늘고, 여주인공이 바른 립스틱과 같은 색의 한국산 화장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열풍이 불었던 게 단적인 예다. ‘문화 한류’가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 업그레이드로 이어지고, 나아가 ‘비즈니스 한류’로 이어지는 것이다.

한류 열풍에 이어 한국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것은 한국 업체들의 미국 진출에도 촉매가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중국계 고객들로 붐볐던 명동의 화장품 업소들은 이제 뉴욕에서 비슷한 장면을 재현해가고 있다.


스킨푸드와 미샤, 더 페이스샵, 네이처 리퍼블릭 등이 플러싱 일대에 연이어 지난해 문을 열었고 전체 고객의 절반 이상은 타민족, 특히 중국계 고객이 차지하고 있다는 게 업주들의 설명이다.

aT센터에 따르면 11월말 기준 지난 2014년 대미 수출액은 7억3,380만 달러로 전년대비 9% 증가했다. 한국 삼계탕이 미국에 진출하고 김과 배 등의 대미 수출이 급증하는 등 전면에 걸쳐 한류는 문화뿐 아니라 식품, 화장품, 의류 등 모든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 유기농 식료품점 ‘트레이더 조’에 가면 한국산 김을 간식으로 한보따리 사가는 타민족 고객들을 보게 되고, TV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광고가 한국의 걸그룹 ‘투애니 원’의 노래에 맞춰 매일 방송되고 있다. 우리는 한국 문화의 골든 에이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한인 소규모 자영업자들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같은 흐름으로부터 혜택을 받느냐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 남는다. 한국의 식료품 대기업들과 유명 프랜차이즈들이 한류를 적극 활용하는데 비해 아직 한인 자영업자들의 활용은 그다지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를 발명한 것은 1895년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다. 그들은 영화의 상업적 가치를 예측하고 활용하지 못했다. 반면 스튜디오 시스템을 확립, 골든 에이지를 지나 현재까지 세계 영화 시장의 거대 자본으로 성장한 것은 미국이다.

미국 경기 부진으로 힘든 지난해들을 보낸 한인 업주들에게는 한류 바람이 거세지고 있는 지금이 바로 그들의 골든 에이지가 될 수가 있다. 한인 업주들은 현재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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