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돈, 두 얼굴의 야누스

2015-01-1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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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무전유죄 유전무죄(無錢有罪 有錢無罪)란 말이 있다. 돈 없으면 죄요 돈 있으면 죄가 아니란 뜻이다.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썼으나 유능한 변호사에게 의뢰하지 못해 실형을 살아야 할 때엔 무전유죄가 된다. 반대로 죄를 지었는데도 돈을 많이 주고 탁월한 변호사에게 의뢰해 죄를 감면받을 때엔 유전무죄가 된다.

돈은 한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막대한 파워, 즉 힘을 갖고 있다. 돈이 없으면 나라도 흔들린다. 요즘은 달러($)가 전 세계 경제 환율의 잣대가 되고 있는데, 달러를 많이 보유한 나라가 부자 나라요 그렇지 않으면 가난한 나라다. 1997년 IMF 위기 때에 한국의 달러 보유액수는 40억 달러가 채 되지 못했었다.


지금은 얼마인가. 3,500억과 4,000억 달러의 중간에서 유동한다. IMF때보다 약 100배에 가깝다. 그러니 한국은 가난한 나라가 아니다. 미국을 제외한 달러보유고 최고의 나라는 중국이다. 3조 달러가 넘는다. 한국보다 약 10배에 달한다. 북한은 어떤가. 한국의 100분의 1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20억에서 30억 정도다.

이렇듯 돈은 한 개인에서부터 한 나라에 이르기까지 없어서는 아니 될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돈이 다는 아니다. 돈으로 살 수 없거나 할 수 없는 것들도 세상엔 많이 있다. 오히려 돈 때문에 우주보다 더 귀한 생명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지난 12월31일 중국에서 일어난 한 사건이 그걸 잘 말해주는 듯싶다.

중국 상하이에서 새해맞이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수만 여명이 모여 있는 광장의 한 건물위에서 한 사람이 “미국 돈”이라며 화폐를 뿌리기 시작했다. 광장은 일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사람들은 돈을 줍기 위해 넘어지고 짓밟혀 36명이 압사(壓死)했고 수십 명이 부상을 당했다. 돈을 가지려다 그만 생명을 잃어버린 거다.

뿌려진 돈은 진짜 돈도 아니요 술집에서 손님을 끌기 위해 일종의 상품권으로 만든 가짜 돈이었다. 환장을 해도 분수가 있지! 수억만 달러를 주고도 바꿀 수 없는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가짜 돈에 유혹돼 한 순간에 잃어버린 그 사람들. 인간들의 돈을 향해있는 어리석음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돈이 그리도 좋단 말인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쓴 하버드대 마이클 샌덜(Michael J.Sandel)교수는 책을 통해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질문한다. 그는 공공선(公共善)과 도덕(道德)등은 절대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라 말한다. 돈이 판치고 있는 시장이 도덕을 밀어내고 있다고 주장하며 돈을 주고 먼저 끼어드는 ‘새치기’등을 예로 든다.

그는 건강한 사람이나 학생에게 책을 읽어서 돈을 주는 인센티브 제도가 있다면 그것이 정당한가를 묻는다. 경우에 따라 있을 순 있지만 그 돈이 건강해야 좋은 이유나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퇴색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며 민주주의 사회에선 돈으로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돈으로 사람의 몸은 살 수 있어도 사랑은 살 수 없다. 사랑은 마음의 끌림과 이어짐이지 돈과 돈의 이어짐은 아니기에 그렇다. 그러나 돈은 수단은 된다. 사랑이 목적이요 돈이 수단이 되는 것은 괜찮다. 행복이 목적이 아니라 돈이 목적이 되면 비참해 진다. 돈은 행복한 생을 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어져야 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현상, 돈이 없으면 정말 살기 힘든 세상이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가짜 돈에 깔려죽은 상하이 사람들의 생명, 안타깝다. 돈보다 목숨이 더 귀하다. 오늘 죽는다면 돈들이 다 무슨 소용이랴. 돈이 판치는 시장이 도덕을 밀어내고 있다. 사랑, 돈으로는 살 수 없지만 돈이 수단은 된다. 돈, 두 얼굴의 야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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