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2015-01-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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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주(커뮤니티보드 위원/ 시민운동가)

지난해 발생한 맥도날드 사건으로 인해 한인 몇 명이 팔을 걷어 부치고 불매운동에 나섰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커피를 주문한 한인이 오랜 기다림 끝에 불만을 토로하다 불친절한 종업원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하려 하자 서남아시아계 매니저가 빗자루 손잡이로 손등을 때린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고 한다.

우선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손님을 폭행한 매니저는 처벌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종업원들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려 한 행위 또한 납득할 수가 없다. 물론 일부 매장 점원들의 성의 없는 손님 응대에 불쾌한 감정이 드는 것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흥분한 상태에서 곧 바로 휴대 전화기를 꺼내들어 직원들을 촬영하려 한 행위는 너무 성급하지 않았을까?


곧 이어 빗자루를 집어든 매장 직원을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미국에 살면서 배웠듯이 직접적인 충돌보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곳의 시스템에 의존하여 사건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한인들은 가끔씩 남미계 사람들로부터 우스꽝스러운 농담을 듣게 되는데 그 말은 한인 고용주로 부터 배우고 가장 많이 들은 언어가 바로 ‘빨리 빨리’라고 한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성급한 한국인들을 잘 표현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으며 우리는 이 땅에 와서 제일 먼저 ‘줄서서 참고 기다리는 것’ 부터 배운다. 사건의 전모야 어떻든 피해당한 한인은 변호사를 선임하였고 이 사건은 아직도 진행형으로 보인다.

1월에 사건이 벌어진 다른 맥도날드에서는 불과 20석도 안 되는 매장에 7~8명가량의 한인이 자리를 독점하다시피 한 것이 해를 넘었고 서로 커피 잔을 끼얹으며 고성과 시비하기가 일쑤였던 한인 고객에 대한 종업원들의 인상이 어떠했을까도 고민해 봐야 한다.

늘 그 매장을 이용하는 한 노부부의 “하긴 우리 한인들이 좀 심했지”라고 한숨과 함께 토해내는 걱정에는 우리가 자성해야 함을 보여준다. 무분별하게 경찰을 부른 매니저는 해고됨으로써 종지부를 찍었지만 앞뒤 생각 없이 ‘불매 운동’ 운운함은 어불성설이다.

맥도날드는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로 각 업소마다 소유주가 다르다. 섣부른 불매운동으로 맥도날드 전체를 한 바구니에 끼워 넣는 행동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또한 불매운동 하기 이전에 공청회를 통하여 한인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인 몇 명이 전체 한인의 의견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일에는 순서가 있고 종소리는 모두가 공감할 때 울려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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