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뿌리’ 먹기

2015-01-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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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에 녹색혁명 시대다.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야채쥬스’ ‘과일주스’ ‘해독주스’ 등 야채 먹기와 마시기는 황금기를 맞고 있다. 그뿐인가, 야채 먹기는 만병통치요 건강의 지킴이라고 부르짖는다. 과연 야채 먹기는 건강의 지름길일까?

한때 ‘알로에주스’먹기가 유행인 때가 있었다. 알로에 먹기에 열심이던 중년이 갑자기 사망했다. 너무 갑작스런 죽음이라 부검을 했다. 원인은 ‘알로에’였다. 몸에 좋다고 치우쳐 먹은 것이 치명적인 독이 되였다. 이것은 우리 이웃의 실화였다.

푸드마켓이 성공하려면 첫째도 둘째도 싱싱한 야채진열이 으뜸 이라고 한다. 잠깐, 생각을 해 보자. 캘리포니아에서 플로리다에서 아니 그보다 더 멀고 가까운 지역으로부터 야채들은 생산되고 그 야채들은 조금도 시들지 않고 우리 식탁위에 탐스럽고 먹음직하게 올라오고 있다.


그 싱그러운 아름다움을 어떤 유통과정을 거쳐 내 손에 놓이게 되는 걸까? 눈을 들어 땅 속을 바라보자. 그곳엔 암갈색(Burnt umber) 매력덩이 ‘뿌리채소’가 숨겨져 있다. ‘바따타(Batata)’ ‘유카(Yucca)’ ‘Lila yautia’ ‘yellow mame’ ‘yautia blanca’ ‘Fresh nam’ 등등. 휴~ 너무 많아 다 나열할 수가 없다. 저들은 하나같이 크고 험하고 못생기고, 거칠고 울퉁불퉁하다.

아니 저걸 사람이 어떻게 먹어? 그런데 저들의 속살은 한결같이 곱고 예쁘다. 나는 낯선 뿌리들을 오랫동안 차례대로 시식을 해 보았다. 그중 우리가 즐겨먹는 감자와 고구마 사이에 합류시킨 몇 가지를 소개하고 싶다. ‘바따타’ ‘유카’ 그리고 ‘야티아’ 이다.

‘유카’의 경우는 껍질이 기름을 발라놓은 듯 번들거리고 딱딱해 그냥 토막을 쳐 삶았다. 아니 그런데 냄비 전체가 기름으로 엉켜 붙질 않는가. 놀랐다. 당뇨환자인 나에겐 ‘바따타’를 찾은 건 금광을 캔 듯 했다. 장기간 당뇨증에 노출되고 있는 환자에게 위험한건 저혈당 쇼크다. 언제나 응급 식량을 준비하고 다녀야 한다.

고구마는 너무 달고 감자는 전분이 충만해 당뇨에 별루다. 감자와 고구마 그 중간 맛의 ‘바따타’는 오래전부터 비상식량으로 내 사랑을 받고 있는 뿌리채소 중 하나다. 그냥 삶든가 오븐에 구우면 그만이다. 어떤 소스를 사용하면 더 맛이 있겠지만 그냥 먹어도 맛에는 아무 손색이 없다.

새해가 되었고 겨울은 깊어가고 있다. 자칫 먹거리의 균형이 깨지고 온갖 바이러스가 창궐할 때다. 그 바이러스를 이겨낼 면역성을 키워야 하는데 건강식 소문만 쫓아 섭취하다가 자칫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곳 이민의 현장은 다양한 인총만큼 이민의 먹거리도 너무 다른 것으로 넘쳐나고 풍부하다. 김치, 밥, 된장 아니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에서 자유하자는 말이다. 뿌리들로 김치를 담글 수도 있고 한식에 접목시킬 수도 있다.

새해, 그리고 한 겨울 하늘에 덕담 하나를 날려 보낸다. “그동안 땅 위에 것만 치우쳐 잡수셨나요? 이제는 땅 속의 숨겨진 뿌리들 곁으로 다가가 몸의 기운을 충전하기를 소망합니다.” 김주앙<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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