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분단 70년 통일의 꿈

2015-01-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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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미국은 유인 우주선을 처음 발사했을 때 그 광경을 텔레비전을 통해 미 전역에 방영했다. 그 때 보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우주선을 실은 로켓이 불을 뿜고 치솟아 오를 때 남자 어린이가 로켓에 새겨진 성조기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 광경은 미국의 어린 아이까지도 애국심을 가졌다는 사실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이 한 장의 사진은 미국사회 전체를 애국심과 단결력으로 똘똘 뭉치게 하기에 충분했다. 둘로 나뉘어져 툭하면 싸우는 한국의 현실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대한민국은 8.15 해방을 맞은 지 어언 70년, 장구한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남과 북은 같은 민족끼리 서로 왕래는커녕 피붙이도 마음대로 만나지 못하는 비운을 겪고 있다. 해방 당시 미국과 소련 두 강대국이 한반도를 전리품으로 점령함으로써 한반도는 의견을 달리 하는 대한민국 민주공화국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두 갈래로 갈라졌다. 그 결과 생긴 것이 바로 분단의 비극이다.

이제야 7,000만 한민족의 한(恨)이 풀리려나……. 해방 70년, 분단 70년을 맞는 을미년 새해벽두부터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소식이 들린다.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인사회에서 통일이 구호가 아닌 구체적인 현실로 구현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준비와 실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천명하는 가하면,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도 신년연설을 통해 광복 70년, 분단 70년이 되는 올해에는 통일의 대통로를 열어가자며 이를 위해 남한 정상과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한 소신을 밝혔다. 이제 남과 북이 결심만 하면 증오와 대결을 끝내고 화해와 협력, 통일의 길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이 보인다.

한국은 지금 선진국 문턱에서 7년 전 경제적 성공지표 그대로 멈춰있고 청년실업률도 정치적 불안을 조성하는 단계에까지 와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런 한국경제의 어두운 상황을 남북한 협력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남한의 자본과 기술, 자동차, 반도체, 조선업 등과 북한의 자원, 값싼 노동력, 그리고 발전된 과학기술 등이 협력만 한다면 놀랄만한 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스포츠, 문화, 과학 분야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이익을 분단으로 놓치고 있는 것은 너무나 큰 손실이다. 이제 통일을 향해 더 박차를 가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통일 25년을 맞는 독일의 지식인들은 하나같이 경제나 영토 통일보다 ‘마음의 통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마음의 통일’을 위해서는 얼마 전 미국과 쿠바가 수교한 궤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두 나라는 오랫동안 첨예하게 맞선 정치, 외교적 문제는 뒤로 하고, 학술과 문화예술, 스포츠, 관광, 가족상봉 등 인류애적인 분야에 물꼬를 트는 일에 적극 협력해 왔다. 결과적으로 양국의 관계 개선은 인류애적 교류가 쌓여 자연스레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남북한도 그간의 문제 해결을 위해 정치적 이념 대립과 외교적 소모전은 뒤로 하고 결집력을 바탕으로 금강산관광 재개, 개성공단 가동, 이산가족 상봉 등과 같은 ‘인류애적 접근’에서 그 열쇠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이 시각도 피붙이를 만날 날만 고대하며 애태우는 이산가족들이 매년 3,000여 명씩 죽어가고 있다. 이제 하루빨리 남북한 정상이 한자리에 앉아 이들이 죽기 전에 헤어진 가족을 속히 만나 얼싸안고 춤추며 노래하고 북쪽에서는 남한의 아름다운 제주를, 남쪽에서는 북한의 수려한 금강산과 백두산을 마음껏 보고 즐길 수 있도록 통일의 길을 활짝 열어주었으면 한다. 이를 위해 남북한 정상이 빠른 시일 내에 얼굴을 맞댄다면 이보다 더 큰 새해 깜짝 선물은 없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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