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의 그릇

2015-01-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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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 (목사)

KAL의 조현아 부사장 사건을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하다. 최고 경영자가 되기 위해 나름대로 혼신의 노력을 거쳐 부사장의 자리에 올랐을 텐데, 일반 상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수를 했다. 이해가 안 간다.

그녀는 엘리트다. 한국에서 명문 대학을 나오고 아이비리그를 졸업한 후, 최고 경영자 수련을 거쳤다. 능력이나 경력 면에서 보면 부족함이 없다.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녀를 한순간에 무너트린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작은 마음의 그릇이다.
리더는 마음이 넓어야 한다. 마음이 작은 리더에게 권세가 주어지면 큰 일이 벌어진다. 많은 사람에게 인격적 상처를 준다. 나쁜 일을 도모하는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대한항공 일등석에서 일어난 땅콩 회항사건은 리더의 좁은 마음에서 파생된 성품의 문제였다.


리더는 능력만으로 되지 않는다. 아이비리그와 같은 명문 대학을 나왔다고 리더십이 저절로 완성되지 않는다. 건강한 인격, 고상한 품성, 넓은 마음이 교직되는 곳에서 리더십은 꽃을 피운다.

토머스 왓슨(Thomas Watson)을 아는가. 그는 IBM의 창립자이며 미국이 낳은 전설적 CEO다. 왓슨이 한번은 신뢰할 만한 유능한 간부에게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맡겼다. 하지만 그 간부의 판단 착오로 인하여 1,000만 달러의 손해가 났다. 왓슨은 당장 간부를 호출했다. 간부는 떨리는 마음으로 왓슨 사무실에 나타났다.

“회장님, 죄송합니다. 여기 사직서 있습니다.” 왓슨이 말했다. “무슨 소린가. 우리 회사는 자네에게 교육비로 1,000만 달러를 쓴 것뿐일세. 이번 실패를 경험삼아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기려 하네. 잘 감당해주게.” 왓슨의 의외의 신뢰에 간부는 몸 둘 바를 몰랐다. 간부는 심기일전하여 새 프로젝트를 성공시켰고, IBM 발전에 큰 공을 세웠다.

왓슨은 큰마음의 리더였다. 안타깝지만, 조현아 부사장은 마음의 그릇이 작은 리더였다. 사람보다는 수지계산에만 눈이 어두웠다. 리더십의 최고봉은 넓은 마음이다. 다른 사람의 허물과 약점을 대신 끌어안고 책임지는 넓은 마음을 가질 때, 그때부터 그 사람은 탁월한 리더다. 모세가 탁월한 리더가 된 계기도 마찬가지다.

하나님이 주신 십계명 돌 판을 들고 모세가 시내 산에서 내려왔다. 모세는 경악했다. 아론과 이스라엘 백성이 합심하여 금송아지를 만들어 놓고 절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나님의 진노는 시내 산 계곡을 흔들었다. 은혜를 모르는 패역한 이스라엘 백성을 땅에서 쓸어버리겠다고 하나님은 선언했다. 이때다. 모세가 하나님 앞에 나와 납작 엎드렸다. “하나님, 이 백성이 큰 죄를 범했습니다. 그러나 합의 하시면 이제 그들의 죄를 사하시옵소서. 그렇지 않사오면 원컨대 주의 기록하신 책에서 내 이름을 지워버려 주옵소서.”(출애굽기 32:31-32).

백성의 허물을 비난하지 않고 대신 끌어안는 모세의 넓은 마음을 보시고 하나님은 감동하셨다. 진노를 푸셨다. 그때부터 모세를 깊이 사랑해 주셨다. 당신은 리더인가. 모세, 왓슨처럼 넓은 마음의 리더가 되라. 자기도취적 성품 때문에 불행한 리더가 많아진 이 시대는 그런 리더를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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