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매운동 유감

2015-01-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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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지난 한해를 돌아보면 한 숨을 제대로 쉰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인명을 앗아간 가슴 에이는 참상에서 부터 수많은 자연재해까지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나곤 했다.

작금 본국은 물론 이곳 뉴욕에서까지 ‘땅콩회항’ 대한항공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한다. 이를 보면서 설명이 따로 필요 없지만 한마디로 정상적인 사고력과 올바른 판단력이 결여돼 있는 한 개인의 망언이나 망동을 두고 전체를 싸잡아 매도하는 일은 가급적 피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조현아 전 부사장은 물론 부적절한 처신을 불사한 관계된 모든 인물들이 구속 조치되는 안타까운 사태가 초래됐다. 법치국가에서 범법자에 대한 응분의 법적조치와 의법 처단이 따르는 것은 마땅한 일이 아닌가!그런데 걸핏하면 한인사회에서 전개되는 불매운동 풍토는 좀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지금도 뇌리에 생생한 ‘맥도날드 한인노인 퇴출’은 뉴욕타임스에까지 대서특필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사건이었다.


돌이켜 보면 당시 매니저 한 사람의 편견과 횡포로 일어난 해프닝으로 한 개인의 망발에서 비롯된 일이 아닌가!우리는 모두 지난 2007년 초 발생한 버지니아 텍 조승희의 총기난사 사건을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졸지에 33명의 아까운 생명이 죽임을 당했고 26명이나 되는 부상자를 낸 미국 역사상 초유의 사건. 이때 전 미국인이 이 사건을 바라보던 시각과 이들이 보여준 모습에서 우리는 모든 사건을 유추하고 교훈을 삼아야 함은 물론 이성을 잃지 않고 냉철히 판단하는 지혜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때도 지금처럼 불매운동을 전개하는 단체나 사람들의 정서나 의식구조대로 몽땅 한국인을 싸잡아 매도하고 나쁜 인종으로 몰아가며 전 한인들을 폄하하고 한국상품 불매운동 내지 퇴치운동을 벌였다면 어떻게 됐겠나 하는 생각을 한다면 말이다. 한 사람의 내성적인 성격, 정신의학적 불안감, 공포증, 우울증들이 쌓이면서 농축된 분노가 초래한 사건으로 미국사회는 이를 바라봤던 것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범법행위나 대한항공 관계임원들의 부적절한 행보에 대해서는 준엄한 질타는 물론 엄정한 법적 제재는 당연한 것이며 추호도 이들을 비호하거나 두둔하는 뜻은 없음을 밝힌다. 그러나 사안에 대한 정확한 분석없이 아무때나 무조건 불매운동을 전개하는 건 옳은 일이 아닌 것 같다.

전태원(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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