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높이 올라 멀리 보는 한해 되기를

2015-01-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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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년 사설

2015년 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새 해가 선사하는 신선한 시간의 대열 앞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희망과 기대로 설렌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현재의 위치를 짚어보고 미래를 설계하는 시점이다.

미국의 다양한 민족들 사이에서 모범적 소수민족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한인사회로서 2015년은 새로운 도약의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 한 민족이 가는 길도 같다.


높은 이상을 갖고 멀리 내다보는 민족이 성공한다.

하와이 이민으로 시작된 미주 한인이민역사 112년, 이민법 개정으로 제2의 이민 물결을 이룬지 40여년이다. 초기 이민시절, 한인사회는 ‘멀리’는커녕 당장 내일을 내다볼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생존에 급급했다. 이제 뉴욕, LA, 시카고, 워싱턴 등지에 형성된 한인사회들은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그만큼 안정되고 성숙했다. 이민 후발주자로서 사회의 맨 밑바닥에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웠던 우물 안 개구리 시절은 지나고, 미국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권리와 책임을 가져야 할 위치에 올라섰다.

한인사회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미국사회에서 코리안은 더 이상 무명의 소수계가 아니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미주한인들의 우수성이 맞물리면서 코리안은 꽤 존재감 있는 소수계가 되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김용 세계은행 총재 등 국제무대의 지도자들, K팝으로 대변되는 한류 그리고 삼성, LG 등 한국 기업들이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주한인사회의 성장이다. 한인사회의 경제적 성장, 성공적인 2세 교육이 정치적 성장의 비옥한 토양을 형성했다. 그 결과가 가장 잘 드러난 것이 지난 중간선거였다.

지난해 미전역에서는 최소한 17명의 한인후보들이 정계진출에 성공했다. 뉴욕에서는 한인 역사상 뉴욕주 하원의원에 론 김이 재선에 성공했으며, 실패는 했지만 올해 처음으로 뉴저지주 상원의원에 도전장을 낸 것은 한인정치력의 미래가 희망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제 우리의 몸집도 많이 커지고 주위의 시선도 달라졌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기대에 부응할 만큼 성숙했는가. 빨리 자리잡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절박함에 원칙을 무시하고 편법에 눈감던 우물 안 개구리 시절 의식에서 우리는 얼마나 벗어났는가. 당장의 이익을 위해 얄팍한 눈가림을 서슴지 않는 케이스, 그래서 공든 탑을 무너트리는 불행한 사건들이 아직도 너무 많다.

이민 변호사가 이민 사기혐의로 기소되는 가하면, 의료기관의 의료관련 사기, 봉사기관 운영자들의 사기 등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공익을 위한 소명의식보다는 쉽게 돈 벌려는 욕심에서 양심을 저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런가 하면 한인사회에서 이따금 탈세, 성매매, 상품 위조 등에 대한 단속 때마다 ‘코리안’이 빠지지 않는다. 이는 단번에 떼돈 벌겠다는 한탕주의에서 비롯된다. 코리안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개인의 잘못이 그 한사람의 잘못으로 묻히지 않는다. 코리안이라는 민족 이미지에 그대로 먹칠을 한다.

우리는 우수하고 근면한 민족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우리가 미국 땅에서 품는 꿈도 크다. 우리의 후손들이 미국을 이끄는 지도자가 되어 코리안이 미국사회의 영향력 있는 민족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멀리 내다보아야 한다. 높이 올라 멀리 보면 길이 보인다. 멀리 가는 길은 첫째도 원칙, 둘째도 원칙이다. 원칙을 중시하며 정직과 성실로 임해야 멀리 갈 수 있다.

우리의 후손을 미국사회의 지도자로 키우기 위해 반드시 물려줘야 할 정신적 유산이다. 새해는 한인사회가 높이 올라 멀리 바라보는 자세를 익히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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