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일은 희망이다

2014-12-3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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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미국인 절반이상이 새해경제를 비관적으로 본다는 전망이 나왔다. 여론조사 기관인 퓨 리서치가 최근 실시한 새해전망 조사를 보면 현재 미국내 전반적인 살림살이에 대해 응답자의 71%가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한인업소의 경기도 대부분 연말에만 반짝했을 뿐, 전반적으로는 별로 좋지 않았다고 한다. 앞으로 한인사회에서 도산하고 폐업하는 업소들이 꽤 있을 것이라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그러나 너무 절망하지 말자. 러시아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알렉산드르 푸쉬킨도 그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에서 절망 속에 희망을 노래하지 않았는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이 시에는 부족한 자신의 모습에 절망하는 이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는 위로와 격려가 담겨있다. 그래선지 힘든 상황에 놓일 때 이 시를 읽으면 어려움을 극복해나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게 된다. 우리에게는 아무리 상황이 절망적이라도 희망이 있기 때문에 살만 하다. 단단한 아스팔트 밑에서도 새 싹이 움트고 파릇파릇 잎이 돋아나는 것처럼 아무리 심한 폭풍우와 폭설이 몰아쳐도 올 것은 오고 살 것은 살게 마련이다. 인간에게는 자연의 질긴 생명력에 못지않게 강한 자생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들은 조금만 힘이 들면 너무 일찍 삶을 포기하거나 중단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한국인의 자살률 1위, 이혼율 1위가 그것을 말해준다. 희망은 위기와 절망에서 나온다. 작곡가 베토벤이나 화가 반 고흐 등이 남긴 불후의 명작들은 모두 그들의 처절한 삶에서 태동됐다.

한민족이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 이룩한 한강의 기적이나 세계 11대 경제대국으로 진입한 신화도 이역만리 낯선 땅도 마다하고 달려간 광부, 간호원 등과 온 국민이 흘린 피와 땀, 그리고 고통의 눈물이 가져온 결정체였다. 이는 절망 속에 피어난 희망이었고 실패를 딛고 일으킨 기적의 역사였다.

미국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소설가 코맥 매카시의 ‘더 로드(The Road)’는 대재앙이후 온 세상이 죽어가는 폐허의 잿더미 속에서 한 남자와 소년(부자지간)이 살아남기 위해 온갖 고난을 다 겪다가 마침내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내용의 소설이다. 320페이지 전체, 즉 99%가 죽음과 빛이 보이지 않는 절망과 어둠속에 오직 한줄기 1%밖에 없는 희망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사투를 벌이는 남자와 소년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내용의 일부를 소개하면, 약탈당해 바닥이 드러난 도시에서 벗어나라는 팻말을 보며 남자와 소년은 줄곧 걸었다. 식량은 모두 바닥나고 온 땅에 살인이 만연했다. 세상은 이내 자식을 잡아먹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도시는 약탈당하고 유린당하고 파괴당했다. 도시 전체를 장악한 시커먼 약탈자들이 부스러기 하나 남기지 않고 샅샅이 뒤져갔다. 그곳에서 남자와 소년은 숯덩이로 변해 뭔지도 알 수 없는 통조림을 들고 나왔다. 마치 지옥의 매점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 같았다.

처절할 정도로 강한 인간의 집념과 투지, 그리고 강인한 생명력을 그린 이 소설은 아무리 절망적이라도 끝까지 노력하면 반드시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제 힘겨운 한해를 보내고 또 새로운 한해를 맞고 있다. 어둠을 헤치고 떠오르는 새 날, 새 아침의 붉은 해, 새해를 맞는 우리들의 가슴을 활활 타오르게 한다. 이것은 우리 앞에 다가온 을미년 새해, 새 희망을 향한 강한 열망이자 힘찬 도전의 상징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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