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다툼이 없는 한 해가 되길…

2014-12-2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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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논설위원)

한 해의 끝자락. 사흘 남았다. 엊그제 시작한 것 같은데 모레면 마지막 날. 책상머리에 애처롭게 걸려 있는 달력 한 장. 아쉬운 시간들이 흐른다. 그렇게 또 한 해가 가고 있다. 2014년은 수요일로 시작해 수요일로 끝나는 365일이다.

매년 되풀이 되듯 올 한해도 다사다난했다. 좋은 일과 그렇지 않은 일들이 여전히 반복됐다. 늘 한 해를 보낼 때면 좋은 일만 기억하고 싶어진다. 아팠던 일들은 털어버린다. 아예 지난 과거는 묻자고 다짐도 한다. 그래도 세밑에 서면 늘 후회스럽다. 지나온 날들의 아쉬움 때문이다. 되돌아 볼 수는 있어도 되돌아 갈 수는 없으니 후회는 더 클 뿐이다.


한 해의 끝은 늘 그렇게 되풀이 되곤 한다. 지난 일 년 동안 못 다한 일들. 남은 시간의 정리. 되돌아보며 찾는 길. 그 모든 것들은 새로운 각오로 갈무리 한다. 그리고 12월의 묵은 달력을 떼어낸다. 새 달력을 걸기 위해. 그러다보면 어느덧 2015년 새해도 밝아 오겠지.

다가오는 새해는 을미년 양띠, 청양(靑羊)의 해이다. 사람들은 태어나면 이름이 생긴다. ‘띠’도 가진다. 띠는 태어난 해를 상징하는 동물로 정해진다. 그래서 새해에 태어나는 아가들은 양띠다. 띠는 12년에 한 번씩 돌아온다. 나이가 12년씩 차이가 나는 사람들의 띠가 같은 이유다.

십이지(十二支)는 12개월, 열두 방위를 나타낸다. 그 곳에 동물이름을 붙여서 동물이 열둘이다. 그 동물들이 띠를 상징한다. 띠에 속한 동물들은 사람들과 친숙하다. 순서도 정해져 있다. 쥐(子-자), 소(丑-축), 호랑이(寅-인), 토끼(卯-묘), 용(辰-진), 뱀(巳-사) 말(午-오), 양(未-미), 원숭이(申-신), 닭(酉-유), 개(戌-술), 돼지(亥-해) 등의 순이다.

열두 띠의 첫 번째는 쥐다. 그렇게 순서를 정한 것은 어리시절 들은 옛이야기에 담겨있다. 옛날 하느님이 동물들에게 새해 첫날 세배하러 오라고 했다. 맨 처음 도착하면 큰 지위도 주겠다고 했다. 그 소식을 들은 동물들은 저마다 빨리 도착하려고 뛰고 또 뛰었다. 새해 첫날, 부지런한 소가 맨 먼저 도착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소 등에 있던 쥐가 펄쩍 뛰어 내렸다. 그리고 맨 먼저 문을 통과했다. 이리하여 꾀를 쓴 영리한 쥐가 열두 띠의 첫 번째가, 소는 두 번째가 됐다. 참으로 그럴듯한 이야기다.

양은 십이지의 여덟 번째 동물이다. 갑골문이나 금문의 양(羊)자는 숫양을 정면에서 본 모양을 본뜬 상형문자다. 한자의 아름다울 미(美)자는 양(羊)의 크다(大)는 데서 만들어 졌다고 한다. 양이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동물이 된 이유다. 양은 착하며 남을 속일 줄 모르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착한사람을 비유할 때도 흔히 ‘양’같다고 한다. 양은 은혜를 아는 동물로도 인식되고 있다. 어미젖을 빨 때 항상 무릎을 꿇기 때문이란다.

양은 천성적으로 온순하다. 욕심도 부리지 않는다.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도 서로 다투지 않는다. 그래서 평화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정초 즐기는 윷놀이의 도, 개, 걸, 윷, 모 중 ‘걸’이 양의 상징이다. ‘걸도 큰 살이’라는 속담에서 보듯이 양처럼 의롭게 한걸음씩 전진하는 것을 옛 사람들은 덕으로 여겼다고 한다.

올 한인사회는 유독 다툼이 많았던 한 해였다. 한인회장 끼리 다투고, 단체장들이 서로 싸우고, 노인단체도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부부간 다툼으로 무너진 가정은 한 둘도 아니다. 참으로 볼썽사나운 일들이 많고 많았다.

새해는 경기가 조금 나아진다고 한다. 한인사회의 대표기관인 뉴욕한인회도 새롭게 출범한다. 한인사회에 새로운 활력이 넘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만큼 기대와 희망이 높은 해이다. 이러한 이때에 2015년 띠 동물인 양의 의미를 되새겨 보며, 한인사회가 다툼이 없이 평화롭고, 남을 속이는 이들은 사라지고, 모든 일이 순리에 따라 이뤄지며 의롭게 전진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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