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반도에도 평화의 새벽은 올 것인가

2014-12-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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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영(전 언론인)

2014년이 저물며 지구촌을 뒤흔드는 대사변이 일어났다.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를 선언, 반세기 넘게 지속되던 두 나라 사이의 적대관계가 끝나고 카리브 해에 평화가 찾아 온 것이다.이로서 세계유일 분단국으로 남아 60년 넘게 반목, 대결 하고 있는 한반도. 여기에서 계속되고 있는 북미 적대 관계는 인류가 풀어야할 마지막 숙제로 남게 되었다.

쿠바는 1959년 1월 카스트로, 게바라 등 일단의 청년 지도자들이 이끄는 무장 게릴라들이 부패한 바티스타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혁명정권을 세우는데 성공한다. 카스트로는 바티스타 잔당을 처단하고 토지개혁, 주요산업 국유화등 사회주의 정책을 강행하면서 그곳에 투자된 거대 미국자본의 이익과 충돌한다.


미국은 1961년부터 카스트로 정권과 관계를 단절, 이때부터 두 나라 사이의 기나긴 적대관계가 시작 되었다. 케네디 정부는 반카스트로 쿠바 탈출난민들을 규합, 이른바 피그만 침공 작전을 폈으나 실패로 끝나고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을 끌고 들어옴으로서 카리브해는 한때 3차 세계대전을 촉발할 수 있는 위기의 바다가 되기도 하였다.

53년 동안의 대결기간 미국 정보국의 카스트로 암살 작전 계획이 누설되어 미국의 도덕성이 먹칠되기도 하였고 중남미와 아프리카의 밀림에서는 쿠바식 혁명세력과 미국의 지원을 받는 정부군 무력 사이에 싸움이 그치지 않았다. 유엔과 라틴아메리카 국제무대에서 쿠바를 고립시키려는 집요한 외교정책, 무역 금융거래를 차단하는 경제봉쇄가 계속 되어 카리브해는 증오와 적대의 바다로 되었다.

지난 17일 오바마 대통령은 대결종식을 선언하는 발표 마당에서 오랜 적대정책에도 불구하고 쿠바에는 카스트로 공산정권이 계속되고 있고 고립된 것은 쿠바가 아니라 미국이라고 실토, 쿠바와의 싸움에서 실패했음을 자인하였다.

이런 말도 하였다. 성공하였다 하여도 그것이 미국의 국가이익에 득이 되지도 않는다고. 대결반목이 미국의 국익에 꼭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과 판단아래 이전의 레이건이나 아버지 부시, 그리고 클린턴 정부 때에도 대쿠바 정책전환을 시도한 적이 없지 않았다.

카스트로 정권에 재산을 빼앗긴 사탕수수 농장주, 카지노 마피아, 미국 네오콘 세력들의 격렬한 반대, 방해에 부딪혀 좌절되곤 하였다. 베이너, 미트 롬니, 젭 부시 등 공화당 강경파들은 이번에도 압제자들에게 굴복한다고 오바마를 맹비난, 반대에 나서고 있고 뉴욕타임스는 법률로 제정되어있는 경제봉쇄 조치들을 푸는 데는 공화당 지배의 의회 협력 없이 어렵다고 보도, 오바마의 이번 조치도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양국 간 화해를 위해 노력한 아르헨티나 출신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감사한다면서 내년에 워싱턴과 하바나에 대사관을 개설한다고 발표하였다.

한편 라울 카스트로 (피델 카스트로의 동생)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쿠바 스파이를 석방한 미국의 조치에 사의를 표하면서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자신들이 힘들게 지켜온 주권평등과 자주성이라는 가치를 포기하지는 않겠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이제 온 세계 사람들의 관심의 표적이 한반도로 옮겨지고 있다. 서울에서는 정당이 해산되고, 신문사가 폐간되는 마지막 수순을 밟고 있다는 등 암울한 뉴스들이 들려온다.남과 북 사이에는 반목의 도가 더하고 있고 북미간 적대의 먹구름은 가실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밝아오는 을미년 새해에는 한반도에도 화해와 평화의 새벽이 찾아오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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